전남 강진군은 2024년 전국 최초로 ‘반값여행’이란 관광 모델을 시행하면서 주목받았다. 관광객이 강진에서 소비한 비용의 50%를 2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게 정책의 요지다. 그동안 지자체마다 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 또는 비용 지원은 적지 않았다. 개인 또는 여행사 단위의 지원은 어지간한 기초지자체는 다 시행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강진이 주목받은 건 단순하게 여행비를 깎아주거나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할인이 아니라 지역화폐인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면서 이를 지역 내의 가맹점이나 지역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시 쓰게 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지출이 지역 상인 나아가 지역 농민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반값여행은 인구 3만 여명의 강진군에 뚜렷한 효과를 가져왔다. 시행 첫해인 2024년 1만5291팀이 참여해 47억 원을 소비했고 22억 원을 지역화폐로 되돌려받았다. 지난해에는 2.5배 이상 늘어난 3만9068팀이 참여해 106억 원을 쓰고 49억 원을 환급받았다.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명소를 발굴하며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강진군에 생활인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의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 등록인구에 체류인구를 더한 생활인구는 정부 교부세 산정 지표로 활용하기에 특히 인구감소지역 지자체로서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전남의 한 작은 군에서 시작한 반값여행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한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강진 사례를 언급하며 전국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자, 곧바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전국 차원의 반값여행 모델인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방자치단체로 경남 5개 시·군을 포함해 16곳을 선정했다. 모두 인구감소지역이다. 여행자로서는 반값여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반값여행의 이면에는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사정에 예산을 마련해서 참여하는 지자체의 고충이 있다. 반값여행 시범사업은 지자체별 10억 원 규모로 운영하는데 정부가 3억 원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7억 원을 매칭한다. 중앙정부가 지원해 지방자치단체가 혜택을 보는 사업이지만 지방비가 70%에 달한다는 점은 참여 지자체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번에 선정된 지자체는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이다. 합천군은 지난해 기준 재정자립도가 8.06%로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낮고 거창군 하동군 남해군도 비슷한 실정이다. 시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밀양시는 12.99%로 경남 시 단위 가운데 가장 낮다.
하반기 추가로 선정될 4곳을 포함해 모두 20개 지자체의 차별성도 과제다. 변별력 없는 복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면 여행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지역화폐 운영이나 온라인 쇼핑몰 같은 기본 인프라 구축은 지자체마다 차이 날텐데 이는 여행자의 불편 또는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칭 비용 부담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상대적 불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관광 분야의 인프라 조성은 따라하기가 문제로 지적됐다. 한 기초자치단체의 관광 분야 사업이 인기를 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지역에 같은 콘텐츠가 들어선다. 대표적인 게 출렁다리와 케이블카다. 누가 더 긴 출렁다리를 만드는지 경쟁한다. 케이블카도 바다와 산, 호수를 가리지 않고 여러 지자체가 설치하려고 안달이다. 최근에는 산악 완등 이벤트가 유행이다. 울산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완등 이벤트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자 여러 지자체가 비슷한 콘텐츠를 내세운다. 지난해 경남 함양군과 거제시, 강원 삼척시, 충북에서 비슷한 이벤트를 벌였다. 이처럼 관광 인프라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성공 사례를 보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따라 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반값여행 시범사업을 보면 이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성공 사례를 따라 하는 셈이다.
중앙정부의 따라 하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7년 첫 코스를 개장한 제주올레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전국에 상당수 걷기 길이 예산을 지원받아 조성됐다. ‘길 조성’이라는 제목만 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산을 내려줬다는 과장 섞인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조성한 전국의 둘레길은 정부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떨어지자 상당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며 잡초에 묻혀 사라져갔다. 한 번 조성한 길을 도보 여행자들이 계속 이용하지만 관리와 운영을 위한 예산은 지속적이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이번 ‘반값여행’ 사업은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면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자체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서둘러 준비해 진행하는 ‘반값여행’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활력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될지 몇 년 반짝하고는 둘레길 사업의 전철을 밟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