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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이란전쟁이 한국에 준 의외의 기회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   입력 : 2026-04-09 19:37:3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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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의 70%와 천연가스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이란전쟁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코스피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6307선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5052선까지 무너졌다가 일부 회복했다. 원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치다. 실물 경제의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인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물가 금리 환율이 모두 치솟는 삼중고가 덮쳤다.

하지만, 이란전쟁은 한국에 의외의 기회도 주고 있다. 무기산업에 큰 기회가 왔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처음 실전 투입되어 96%라는 경이로운 요격률을 기록하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패트리엇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뛰어난 한국 방산 제품이 중동에서 부상했다고 집중 보도하였다. 천궁-II의 활약은 여러 나라의 한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그동안 한국과의 거래에 데면데면하던 중동 국가들이 한국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무기에만 목매던 나라들도 새로운 대안이 생겼다는 반응이다.

이란전쟁으로 한국은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의 핵심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한국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글로벌 5, 6위권의 석유제품 수출 강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설비와 기술력을 보유한 덕분이다. 특히 항공유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1위 수출국으로서 압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소비되는 항공유의 약 85%를 한국이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 문제가 생기면 캘리포니아 지역의 항공망이 마비될 정도다. 호주는 전체 경유 수입량의 25~30%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 역시 한국산 경유 항공유 휘발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인해 석유 정제 제품 공급처로서의 한국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그만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이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이란전쟁으로 예기치 못한 반등 기회를 맞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고전하고 있었다. 이란전쟁이 터지며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크게 탄력받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친환경차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말 기준 전기차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급증했다. 미국도 유사하다. 유가가 지난달 초 갤런당 3.2달러에서 같은 달 말 4달러를 돌파하며 25% 폭등했다. 유류비가 폭등하자 미국인들도 자연스럽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현 25%인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60%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에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이란전쟁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원자력 산업의 성장을 앞당기고 있다. 그동안 천시받았던 원자력이 AI 시대가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란전쟁으로 이제는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은 원전 설계·제작·건설 능력을 모두 갖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SMR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과 SMR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이다. 또한,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X-에너지 역시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한국 원전기업들의 미국 SMR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글로벌 철강 공급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연간 1000만 t 이상의 철강을 수출하는 이란의 대표 기업인 후제스탄철강과 모라바케철강을 타격했고, 이란 역시 중동 내 미국 철강 공장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철강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면서다. 이란산 철강의 시장 이탈은 중동 등 이란이 장악하던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이 대체재로 진입할 기회를 제공했다. 미국의 50% 고관세로 의기소침해진 한국 철강업계가 숨통을 틀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도 예상치 못한 돌파구가 열렸다. 이란전쟁으로 미국은 한시적(30일)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허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이 이 기회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소원해졌던 한-러 관계의 복원이 예상된다.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검토에 대해 러시아 측도 “현명한 결정”이라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후 종전을 모색하는 안이다. 천만다행이다. 이제는 이란전쟁이 가져다준 기회를 살려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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