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끝날 줄 모르고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2차 휴전협상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두 달 사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초반에는 유가증권시장의 급락세와 환율 상승 및 국제 유가로 인한 기름값 상승 등에 그쳤다. 날이 갈수록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우리 삶과 국가경제를 흔들고 있다. 고유가 및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원유 수입이 원활하지 않다. 이는 각종 원자재 공급 부족, 관련 산업 제조 및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까지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각종 경제지수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를 넘긴다는 전망이 쏟아졌던 게 오래 전인 듯 아득하기까지 하다.
부산 경제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민은 고유가와 고물가로 졸라맨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소비 위축과 비용 상승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에 폐업 걱정까지 해야할 처지다. 자동차부품과 페인트 제조업, 석유화학 기반 관련 기업 등도 “당장 내일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한 게 없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원자잿값 상승도 문제지만 아예 원자재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공장을 돌릴 수가 없다는 뜻이다. 중장비 설비 작동 및 아스콘 등 원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건설현장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스콘이 필요한 도로 조성 및 보수 공사는 벌써부터 중단된 곳이 속출한다. 일부 아파트 건립 현장에는 이미 ‘원자재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공문이 도착하는 등 공기 지연, 공사비 인상 등 우려도 커진다.
대외 리스크에 따른 여파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나타나면서 우리가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부가 긴급하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원유 확보, 추가경정예산 집행 및 고유가피해지원금 지급 등에 나서는 것은 다행이다. 부산시와 각종 금융 공공기관, 기업 지원기관, 정책 및 민간은행 등도 서둘러 기업 및 취약계층을 위한 보증 및 대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정책이나 지원제도들이 그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동사태가 해결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원유 등 글로벌 공급망이 이전처럼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도 중동사태가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경기가 어려워지면 부유층보다는 빈곤층이 더 힘들 듯이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더 힘겨울 수밖에 없다. 체격이 작은 데다 기초체력까지 부족하니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쉽게 중병에 앓는 것이다. 더욱이 부산 기업의 99.2%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미국 관세 강화와 고환율 등으로 3중고, 4중고를 호소해왔는데 중동사태까지 발생하니 당장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까스로 약을 복용하며 버티다가 강력한 바이러스에 노출된 셈이다.
결국 기업 등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똑같은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5극 3특,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전에 지방의 쇠락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었던 지역 부동산시장 온기는 최근 거래량과 매매가 등을 보면 그 불씨가 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소비 위축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 수도 늘고 있다. 취업률은 예년에 비해 늘고 있으나 젊은층보다는 고령인구의 취업 증가가 주도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 민생회복지원금을 통해 그 효과가 미미하고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이라도 지방 경제 위기에 대응해 강력하고 확실한 부응책을 고민, 시행해야 한다. 머뭇거리는 사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지 모른다. ‘한국 경제’라는 수레는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민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