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는 화제는 주식이다. 사상 최고치인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조정을 받는 코스피의 상승 동력은 반도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했는지 여부에 따라 사람들의 표정이 확연히 엇갈린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는데도 뉴욕 증시는 개의치 않는다. 시장은 오직 AI와 반도체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반도체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금을 복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불과 몇 달 만에 자산이 몇 배로 불어난 사례가 인터넷과 SNS를 채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에 시달리며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과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현재 주식시장을 ‘카지노 옆에 있는 교회’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절제와 신념에 기반한 투자와 한탕을 노리는 투기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버핏의 투자 방식은 이런 시장 분위기와 다소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는 오랫동안 기술주를 외면해왔다. 1990년대 닷컴 열풍 당시 시장은 인터넷 기업에 열광했지만 버핏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당시 사람들은 버핏이 시대에 뒤처졌다고 비웃었지만, 닷컴 버블이 무너진 뒤 그의 신중함은 다시 평가받았다.
물론 버핏도 변했다. 그는 결국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술 기업에 투자했다. 세상이 바뀌면 투자자 역시 기존 원칙만을 고수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질 때는 현금을 쥐고 기다린다는 원칙이다. 그가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재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원칙적인 투자 철학으로 유명한 버핏은 누구보다 검소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자선 행사인 ‘버핏과의 점심’을 경매에 부쳐 낙찰액 전액을 기부해왔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이 행사는 올해 마침내 재개됐으며, 이번 경매에서도 무려 900만100달러(약 135억 원)에 낙찰되며 여전한 위상을 과시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다음 달 24일로 다가온 이번 행사에서 버핏이 어떤 투자 메시지를 던질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