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2012년 영화 ‘스윙보트’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린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한 시골마을. ‘투표는 시민의 의무’라고 배운 초등학생 딸 몰리는 스윙보트(부동층 표)인 아빠 버드에게 이번 대통령선거 때 꼭 한 표를 행사할 것을 당부한다. 선거에 관심 없는 아빠가 투표장에 오지 않자 몰리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대신 전자투표를 시도한다. 기표 순간 전원이 나가 오류 메시지가 뜨고, 얼마 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오류로 인해 열흘 뒤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딸이 친 사고를 직감한 버드는 재투표를 약속하는데, 지금까지 나머지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50 대 50 동률로 붙으면서 상황이 희한하게 꼬인다. 그의 한 표에 다음 대통령이 결정되는 양상이 된 것이다. 전 국민의 시선이 이 마을에 쏠리고, 양당 후보는 그의 마음을 잡고자 당 노선도 버리고 버드 취향에 맞게 공약을 바꾸는 등 난장판을 연출한다.
영화처럼 이번 6·3 지방선거에선 스윙보트, 그들이 가진 캐스팅보트(승패를 결정짓는 표)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초박빙 선거구가 여럿 등장했다. 충남 논산시 1선거구 충남도의원 선거에서 기호엽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기형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는데, 단 1표가 당락을 갈랐다. 경남 통영시장 선거에선 강석주 민주당 후보가 천영기 국힘 후보를 44표 차로 따돌려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중 최소 격차를 기록했다. 남해군수 선거에서도 불과 131표 차에 당선인이 결정됐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한 표가 이렇게 소중하고 민감한데, 정작 주무 기관인 선관위가 가치 수호는커녕 훼손·오염을 유발해 국민 분노를 부른다. 이번 지선 때 서울 송파구와 부산 북구 등 전국 투표소 50곳에서 투표용지가 소진돼 투표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재선거 목소리가 커진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은 110%를 받아갔으면서도 왜 실제 프린트는 필요 용지의 50%만 했는지 등 의문투성이다. 국회 국정조사와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철저한 조사와 수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사전투표 때처럼 투표소 현장에서 용지를 직접 인쇄하는 방식 도입 등 확실한 개선 방안도 제시돼야 하겠다. 필요하다면 개헌을 해서라도 독립적 헌법기구인 선관위를 직접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부여한 막강한 권한이 치외법권을 만들어 지금의 무사안일, 그로 인한 헌정 초유의 참정권 침해 참사를 자초했다는 게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