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2일 뉴욕 증시에 첫발을 내디뎠다. 상장 첫날 종가는 161.11달러, 공모가 135달러 대비 19.3% 상승이다. 시초가는 150달러로 출발했고 장중에는 176.5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일부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날 전 세계 투자자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지켜보며 시초가를 예측했고, 상장 시간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는 규모 자체가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 2014년 알리바바, 2019년 아람코의 기록을 3배 가까이 웃도는 초대형 딜이다. 단순한 기업 상장이 아니라, 자본시장이 ‘우주 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정식 자산군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투자설명서에 담긴 내용은 더 상징적이다. 로켓 발사 대행을 넘어 화성 이주, 달 기지 건설, 우주 물류와 통신, 자원 개발까지 이어지는 구상은 산업계 보고서라기보다 공상소설에 나올 만한 내용이다. 높은 기대감에도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해 매출 187억 달러, 순손실 49억 달러라는 구조는 여전히 성장 단계의 기업임을 보여준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섰고, 엔비디아·알파벳·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에 이어 글로벌 시총 6위에 올랐다. 동시에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초 ‘조만장자’가 됐다. 스페이스X 지분과 테슬라 지분을 합한 순자산은 1조500억 달러, 한화로 1592조 원을 넘어섰고, 일부 국가의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규모로 평가된다. 자산과 기업가치가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상장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부 국내 운용사들이 기대했던 공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1, 2차로 나눠 청약을 진행했고 5억 달러에 달하는 목표 금액이 1분 내 마감됐다. 하지만 정작 물량을 한주도 배정받지 못해 구설수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법적 분쟁이나 민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미배정 이유와 과정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머스크 개인의 성공 서사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이 기업 성장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우주가 더 이상 과학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안보·경제가 교차하는 새로운 무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제 우주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경쟁 무대가 됐다. 우리가 마냥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