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아리랑’ 공연에서 아미(BTS 팬덤)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대표곡 ‘마이크 드롭’ 노래 도중 리더 RM이 자신의 파트에서 “전원 한국산”이라는 애드리브 랩을 날린 것이다. 관객은 ‘갑자기 웬 원산지 증명?’이냐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멤버 7명 모두 한국인이라는 뜻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다른 나라 출신 멤버를 끼워 넣어 팀을 구성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K-팝 시장의 유행과는 달리 ‘한국인만의 힘으로 세계시장을 뚫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BTS는 내친김에 ‘세부적 원산지 증명’까지 이어나갔다. 부산, 광주, 대구, 경기 일산 등 멤버들이 각자의 고향을 자랑스러워하는 내용이 담긴 곡 ‘마 시티(Ma City·나의 도시)’를 선보였는데 ‘자 부산의 바다여/아재들은 손을 들어/아지매도 손 흔들어/마 시티로 와/날 키워준 시티’ 대목이 나오자 부산 무대여서 그런지 환호성이 더 컸다. BTS는 한국이라는 ‘로컬’도 ‘글로벌’의 주류가 될 수 있음을, 글로컬이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상징물이다. 수십만 명의 국내외 팬을 단번에 부산으로 끌어들인 BTS의 힘은 지난 주말을 지나며 부산 전역이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BTS를 위시한 ‘한국산’은 세계를 융합, 자가발전하며 나날이 위세를 확장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서는 한국어 노랫말이 울려 퍼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수 이재가 세계적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대회 주제가 ‘DNA’를 불렀는데, 노래 도중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가 주목받았다. 직전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BTS 멤버 정국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를 노래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K-팝 스타가 등장한 것이다. 내달 19일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결승전 하프타임쇼 무대에는 BTS가 주인공으로 오른다.
이 같은 K-컬처의 저력은 산업으로 순조롭게 연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114억 달러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지난달 미국 서부 패서디나에 1호점을 개장한 CJ올리브영 매장은 K-뷰티 열풍에 따른 폭발적 관심 속에 이달 로스앤젤레스에 2호점을 열었다. 지난해 K-푸드 수출액도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K-소프트파워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