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의 당선과 함께 부산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해양수도 부산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일성과 함께 해양부시장 신설, HMM 본사 이전, 북항 재개발 조기 완성, 북극항로 시대 주도 등 청사진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마침내 마무리됨으로써 ‘노인과 바다’로 비유되던 부산에 활기찬 뱃고동 소리가 다시 울리고 있다.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시장이 직접 시정을 이끄는 만큼 시민의 기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부산이 우리나라 제1의 수산도시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전국 어선 세력의 약 40%, 수산물 유통량 및 냉장 보관능력의 약 50%, 수출입의 70% 이상이 부산에 집중되어 있다. 관련 사업체는 3만여 개, 종사자는 10만여 명, 그리고 연간 산출액은 20조 원 이상에 달한다. 자갈치시장의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와 부산공동어시장의 새벽 위판 소리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하지만 통계 이면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어업 생산은 감소하고 있고, 대부분 어선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력의 고령화가 심화하는 반면 청년 유입은 거의 없다. 수산식품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소규모 수준이며, 자금 및 원료 확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의 수산식품 클러스터 추진과 전남권의 대형선단 유치 움직임은 부산의 입지를 더욱 위협한다. 이러한 한계를 외면한 채 ‘해양수도’ 간판만 내세운다면 그것은 빈 수레의 요란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산 수산의 새 항로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첫걸음은 부산으로 옮겨 온 해양수산부를 지역 수산정책의 엔진으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청사 이전 자체보다 정책 결정의 무게중심이 현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본질이다. 신설될 해양부시장은 해수부와 부산시는 물론 산·학·연을 잇는 현장 밀착형 거버넌스의 사령탑으로서, 부산에서 설계된 정책이 곧 국가 수산정책의 표준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부산은 글로벌 블루푸드 허브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현재 450조 원 수준인 글로벌 수산식품 시장은 2030년 80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물·냉동 중심의 단순가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신선·가공식품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시설자금과 연구개발, 대학 연계를 통해 부산을 대표하는 글로벌 수산식품 기업을 길러내야 한다.
체질 전환의 동력은 AI와 디지털 기술에서 나온다. 스마트 양식, 자원관리, 가공 및 유통 등에 AI가 빠르게 접목되고 있으나, 부산은 데이터 표준화 부재와 전문인력 부족 등의 벽에 막혀 있다. 전담기관을 설립해 데이터 허브로 삼고, 친환경 어선 현대화, 스마트 양식, 블루푸드테크 실증사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렇게 다져진 경쟁력은 북극항로라는 새 무대에서 비로소 진가를 발할 수 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컨테이너 항로가 아니라 수산물 수출입과 해외 원료 확보의 새 동맥이기 때문이다. 해외 양식·가공 거점과 부산항을 잇는 생산-가공-유통-수출의 글로벌 밸류체인이 부산을 중심으로 작동하도록 플랫폼 구축과 거래소 설립 등 지금부터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 모든 혁신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 곧 청년이 돌아오는 수산도시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의 조속한 완성, 자갈치시장의 국제적 명소화, 블루푸드·해양바이오·수산기자재·디지털금융 등 신산업 일자리 창출이 동반되어야 한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여건이 갖추어질 때 ‘노인과 바다’의 도시는 비로소 ‘청년과 바다’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부산은 이미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충분한 잠재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정작 부족했던 것은 결단과 추진력이었다. 부산의 가장 오래된 산업이 가장 미래적인 산업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해양수도라는 이름값에 부합하게 된다. 전재수 시장의 임기 4년이 부산 수산의 새 항로를 여는 원년으로 기록되고, 부산 앞바다가 다시 청년의 꿈으로 일렁이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