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상 80억 인구 가운데 나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80억 분의 1에 불과하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0.00000001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한 미미한 존재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희귀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며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어리석음과 현명함, 못남과 잘남, 어둠과 밝음, 약함과 강함, 가난과 부유함, 실패와 성공 등 모든 것을 둘로 나누고 우열을 가리려 한다. 그리고 대개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쪽을 선호하고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쪽은 멀리하거나 기피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대자연은 인간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하늘과 산은 서로 높고 낮음을 다투지 않고, 강과 바다는 크고 작음을 겨루지 않는다. 달과 별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으며, 나무와 꽃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만드는 수평선은 다툼이 아닌 조화의 상징이다. 새와 들짐승, 억새와 바람, 저녁노을과 아침 해는 모두 자연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존재할 뿐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교를 통해 우열을 가리고 차별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은 경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장단상교(長短相較)’라는 말이 있다. 길고 짧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뜻이다. 10m의 철근도 100m 철근과 비교하면 짧고, 1㎝의 철사도 1㎜ 철사와 비교하면 길다. 결국 모든 판단은 비교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자신의 기준만으로 섣불리 우열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내포되어 있다.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더욱 빛난다. 그렇다고 어둠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둠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내일을 위한 힘을 충전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어리석음이 있기에 현명함이 드러나고, 작음이 있기에 큼이 돋보이며, 적음이 있기에 많음의 가치가 드러난다. 만약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부자라면 부유함은 더는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가난이 존재하기에 부유함이 부각되고, 약함이 있기에 강함이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결국 우리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 또한 상대를 빛나게 하는 동반자이자 조력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자는 약자 덕분에 강자로 인정받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있기에 부자로 불린다. 많이 배운 사람 역시 그렇지 못한 사람들 속에서 존경받고 대우받는다. 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겸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영화도 없다는 뜻이다.
노자와 장자의 도가사상은 인간이 만들어 낸 비교와 우열의 기준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자연은 스스로 존재하고 순환하며, 그 안에서 모든 존재는 서로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간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은 물론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이 세상에 절대적인 우월함도, 절대적인 열등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고 돋보이게 하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오늘의 강자가 내일의 약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약자가 내일의 강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열을 가리기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특히 지위와 재산, 권력과 명예를 얻었을 때일수록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 먹은 마음을 지키는 사람은 권력이 높아져도, 재산이 많아도 교만하지 않고,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어리석음이 있기에 현명함이 존재하고, 약함이 있기에 강함이 존재한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다. 상대를 깎아내려 자신을 높이기보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초심을 간직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살아간다. 상대를 평가하고 비교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처음 품었던 순수한 마음과 아울러 남을 먼저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닐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