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청년의 소리’ 필진으로서 주제를 고민하며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청년’을 입력하니, 자동완성으로 이어지는 단어들이 시선을 붙들었다. 청년미래적금, 청년월세지원, 청년도약계좌, 청년전세대출 등 반복되는 단어의 결은 분명했다. 청년이라는 말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것은 도전이나 가능성이 아닌, 오직 ‘버티기 위한 조건’뿐이었다.
‘부산 청년’을 검색하면 그 양상은 더욱 선명해진다. 부산 청년임대주택, 부산 청년월세지원, 부산 청년안심주택 등 기초적인 생활 기반과 직결된 키워드가 중심을 이룬다. 전국 단위의 검색어가 ‘금융’이라면, 부산의 검색어는 ‘주거’라는 생존 인프라에 더욱 밀착돼 있는 것이다. 부산 청년들의 삶이 미래를 향한 선택보다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버팀에 가깝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수도권에 비해 제한된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 그리고 끝없이 치솟는 주거비는 청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자격조건을 점검하게 만든다.
부산시는 지난해 약 42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청년 정책에 투입했지만 정책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5.0%, 전반적인 만족도는 30.8%에 그쳤다. 반면 정책 관심은 53.2%로 높게 나타났다. KBS가 보도한 ‘부산 청년 의식 보고서’에서도 청년 10명 중 4명이 기회가 된다면 부산을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이른바 ‘탈부산’은 이 도시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의 상실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주거(53.7%)는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손꼽혔다. 검색창이 증명했듯 ‘주거’의 안정은 시급하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도, 거주 환경이 불안정하다면 청년은 지역에 머무르기 어렵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감 없는 수치상의 집이 아니라 안심하고 선택해 정착할 수 있는 나의 집이다.
따라서 주거 정책은 ‘공급’에서 ‘신뢰’로 전환돼야 한다. 지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 품질을 보증하고 거래 과정을 검증하는 ‘청년 안심주택 인증체계’를 도입하고, 안전·위생·관리 상태에서 공공이 일정한 책임을 분담한다면 청년이 겪는 정보 비대칭과 주거 불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또한 거주 중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는 가이드라인 수립, 표준 계약서 의무화, 실효성 있는 분쟁 조정 시스템 강화 등 ‘지속 가능한 거주’를 뒷받침할 사후 관리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집의 위치는 곧 일자리 접근성과 학습 기회, 사회적 관계를 좌우한다. 그러나 현재의 공급은 청년의 생활 동선과 괴리된 경우가 많다. 이제는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를 넘어 ‘청년이 실제로 거주하고 싶은 위치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통, 일자리, 문화 인프라가 결합된 ‘생활권 중심 주거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안전한 귀가 환경과 쾌적한 학습 공간 같은 일상의 요소가 더해질 때, 주거 정책은 비로소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을 단일한 집단으로 전제하는 설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같은 연령대라 하더라도 학생, 미취업 청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자녀를 둔 청년의 삶은 전혀 다르다. 1인 가구는 비용과 접근성을, 신혼부부는 안정성을, 자녀가 있는 청년은 교육과 돌봄 환경까지 고려한다. 부산형 청년 주거 정책은 기계적인 연령 구분이 아닌 ‘상태’를 기준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취업 준비, 초기 근로, 결혼과 출산 등 개개인의 삶의 단계에 맞춰 주거와 일자리,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청년은 단절이 아닌 연속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청년의 하루가 얼마나 안정됐는지에 달려 있다. 청년들이 더 이상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검색창을 뒤지지 않아도 되는 도시, 정책이 결핍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타나지만, 미래는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 한도’ 대신 ‘새로운 가능성’을 검색하며 내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때, 부산은 비로소 청년이 떠나는 곳이 아닌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