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 큰 집 뒀다 뭐 하시려고요. 저희 걱정하지 마시고 주택연금 신청하세요.” 한국주택금융공사 광고에 등장하는 모친과 자녀의 대화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19년째다. 올 4월 현재 가입자는 15만6000여 명이다. 요건이 되는 사람을 모수로 가입률을 따지면 아직 2%가 안 된다. 어르신들에게 주택연금 가입을 권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고 한다. 생활비 더 쓰자고 하나 뿐인 집을 저당 잡히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식에게 물려줄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집착이 유난히 강하다.
문재인 정부 때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집이 두 채였다. 한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였다. 부동산과 전쟁을 벌이던 문 정부가 청와대 참모부터 다주택을 정리하라고 독려하자 그는 청와대를 아예 떠나버렸다. 수십억짜리 집 대신 직을 버린 셈이다. 같은 2주택자였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고 고향인 충북 청주 아파트를 정리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가 다음 달로 예정되어 있다. 보유세를 높여 거주용이 아닌 집은 팔게 하겠다는 의도다. 지난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시사했다. 지난해 6월 27일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도 안돼 대출 규제가 골자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대출을 조이거나 공급을 늘린다는 내용의 대책을 6번이나 내놓았다. 그러나 수도권 집값은 오히려 더 뛰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전 초반 열세를 딛고 수성에 성공한 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감을 가진 ‘한강벨트’ 몰표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민심이 이렇게 무섭다.
6·25 때 남한이 공산화 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이승만 정권의 토지개혁 덕분이라는 게 역사의 정설이다. 소작농이었다가 생애 처음으로 자기 땅을 갖게 된 사람들의 집념이 그만큼 강했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을 띄우려는 정책 방향성 또한 뚜렷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분석 결과, 올 들어 5월까지 5조 원 가까운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주택 매입에 사용됐다. 주식으로 번 돈의 최종 종착지가 다시 부동산이라는 의미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내 땅에 대한 애착’과 ‘부동산만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강고한 믿음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