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3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1년4개월만이다. 오는 9월까지 회생 기간이 남아 있었으나 법원은 회생계획안 수행을 위한 2000억 원의 자금 조달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폐지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소속 직원 1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상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정부는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44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투입하고,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도 1인당 최대 2100만 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잘나갔던 홈플러스의 몰락은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모펀드의 무리한 자산 매각, 정치권의 대형마트 규제, 노조의 파업과 정치행위다.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할인점으로 출발해 1999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와 합작법인으로 전환했다. 2011년 테스코가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자금난에 시달린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각을 결정했고 2015년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가 당시 국내기업 인수·합병(M&A) 최대 규모인 7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MBK는 상당수 인수 금액을 외부에서 차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자의 점포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채무를 변제하고 배당을 챙겨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대에 뒤쳐진 대형마트 규제도 한몫했다. 쿠팡 등 이커머스가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와중에도 휴일 영업 제한과 새벽배송 금지 등 오프라인 마트의 손발을 묶었다. 전통시장과의 상생, 근로자 휴식권 보장이 혁신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망은 백화점과는 달리 붕괴되고 있었음에도 정치권은 관성적으로 대형마트 규제에만 매달렸다.
노조의 잦은 파업과 경영진과의 마찰이 지금 사태를 초래한 한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매장 직원들이 ‘탄핵 배지’를 착용하며 특정 진영의 정치 성향을 대리한 행동이 적지 않은 소비자의 발걸음을 돌렸다는 것이다.
유통업체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질은 떨어지지만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을 저평가하기도 한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어 한 업체가 망하면 다른 업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며 경제적 상식이 결핍된 인식을 보인다. 그러나 ‘고용의 둑’이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는 쉽지 않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