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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불을 붙여 ‘지역균형 2.0’

지방 무대 첨단산업 육성…3대 메가프로젝트 출범

행정 분배 넘어 기업 이전, 인구분산 시즌2 결실 기대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6-07-20 18:42:1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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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발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끈 참여정부 때 핵심 국정기조였다. 수도권 억제책이 이전 정부에서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국가 대개조’ 수준으로 망국적 수도권 일극화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은 참여정부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취임 후 법제화에 속도를 냈다. 한국형 워싱턴DC를 만들겠다는 그의 원대한 꿈은 헌법재판소의 케케묵은 ‘관습헌법’ 타령에 좌절됐다. 계획은 주요 정부 부처만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 수정되면서 지금의 세종시가 만들어졌다. 혁신도시 조성도 이어졌다. 수도권에 포진한 정부 산하 공공기관 170여 곳을 전국 10개 시·도에 골고루 배치했다. 서울이 독점해 온 중앙행정기능을 지방에 인위적으로 재배치, 집중도를 완화한 것이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세종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끝내 계획대로 실행되어 오늘의 모양을 갖췄다. 행정·혁신도시 신설은 무엇보다 인구 분산에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계청 인구이동 자료를 보면 세종시 출범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2012년 제외)가 통계 작성 이래 유일하게 수도권 인구유입이 감소한 시기였다. 2011년 첫 수도권 인구 순유출이 일어났고, 이듬해 순유입으로 일시 전환했다가 2013~2016년 순유출세가 이어졌다. 이전이 끝나자 ‘서울로’ 현상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7년 수도권 인구가 순유입으로 돌아선 뒤 이러한 흐름은 꾸준히 이어진다. 2019년엔 수도권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의 50%대를 처음으로 돌파했고, 그 폭은 점차 확대돼 작년에는 51% 선도 넘겼다. 국토의 11% 남짓한 공간에 인구의 절반이 몰리는 ‘기형’은 나날이 심화한다. 인구 분산 정책이 반짝 효과에 그치는 사이 수도권은 과밀화해 배가 터질 듯하고, 비수도권은 쪼그라들다 못해 사라지는 지방소멸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교육 의료 저출생 등 지금 우리 사회가 짊어진 문제는 모두 수도권 집중화에서 비롯된 악순환이다. 만악의 근원인 수도권 블랙홀 문제를 해소하고자 이후 정부에서도 노력이 이어졌지만 ‘시즌2’ 수준은 아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참여정부가 설계한 세종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이행한 게 최대 업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120여 개 공공기관이 추가 이전하는 ‘혁신도시 시즌2’를 기대했으나 구상 단계에 그쳤고, 초광역 경제권을 만들어 수도권 일극화에 대항하겠다던 동남권 메가시티도 지방정권이 바뀌면서 교착됐다. 윤석열 정부는 ‘부산-서울 양대 축으로 균형발전’을 발표하고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을 약속했으나 이 역시 공염불이 돼 버렸다.

이재명 정부도 균형발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데, 말만 무성했던 이전 정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해양수산부와 HMM 등 해운기업 본사 부산 이전으로 ‘시동’을 건 정부는 지난달 말 서남(호남)·충청·영남권에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계획인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AI라는 구조적 산업 대전환기를 앞두고 맞이한 반도체 초호황을 국가 신성장동력을 키우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뜻인데, 이 주요 무대를 비수도권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총 1600조 원(서남권 896조 원·충청권 392조 원·영남권 312조 원)이 투입되는 역대급 국가사업이다. 계획 발표 일주일 만에 서남권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전공정 팹 4기 조성 장소가 광주군공항 부지로 결정되는 등 프로젝트는 속도전을 펼친다. 서남권과 비교해 ‘홀대론’도 나오지만 우주항공산업 등을 중심으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도 적지 않은 돈이 풀린다.

참여정부 때가 정부·공공기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기업이 일궈낼 균형발전이라는 점이 큰 변화다. 기업 주도인 만큼 대규모 인구 분산이 기대된다. 이런 맥락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참여정부를 계승한 ‘지역균형 2.0’이자 박정희 정부의 뒤를 잇는 ‘산업화 2.0’이라 할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진영을 넘어 성공을 향해 함께 뛰어야 하는 이유다. 어깃장을 거두고, 반도체 사이클 등 대외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와 지역사회가 물 전기 인력 정주환경 부지 등 기업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월드투어 중인 방탄소년단(BTS)의 정규앨범 5집 ‘아리랑’ 중 ‘2.0’이라는 수록곡이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컴백한 BTS가 확실한 ‘시즌2’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곡으로 ‘You know how I do(너는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 거야), 불을 붙여 brand new(새로운 브랜드)’ 노랫말이 반복된다. 그 가사를 빌어 기업이 이끌 지역균형 시즌2가 성공하기를, 제2 인구 분산이 현실화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흥얼거려본다. ‘불을 붙여 지역균형 2.0’.

이선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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