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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 정쾌호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
  •  |   입력 : 2026-07-23 18:46:4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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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 주택 수’는 지역 경기를 진단하는 가장 정직한 지표 중 하나다. 지난 10여 년간 부산시의 미분양 추이는 경제 흐름과 정책적 변동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현시점은 수도권과 지방의 극심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 안정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임계점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말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1171호(이하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 수준이었다. 당시 전국 미분양(5만6413호)의 약 2.1%에 불과했던 부산 시장은 지방 대도시권 중에서도 공급과 수요가 비교적 양호하게 균형을 이뤘다. 이후 2018년 4153호까지 증가해 침체기로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부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비규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2021년 12월 부산의 미분양은 949호까지 줄어들며 10년 이내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뀐 분기점이었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 따른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폭탄(2021년 7월 0.5%에서 2023년 1월 3.5%)은 대출에 의존하던 매수 심리를 단숨에 얼려버렸다. 불과 1년 만인 2022년 말 미분양 수는 2640호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시장이 보내는 명백한 경고음이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인상이라는 비용 인플레이션 압박에 밀려 분양가는 멈추지 않고 상승했다. 결국 미분양은 2025년 말 7541호를 기록해 전국 미분양(6만6510호)의 10.1% 비중으로 급증했다. 최근 들어서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올해 5월 기준으로 8292호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려 16년 만의 최악 수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이 2945호로 전체의 35.5%를 차지하며, 지역 건설업계 연쇄 도산 우려와 자금경색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흐름을 비교해 보면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미분양 주택 수가 1만6689호에서 1만5883호로 4.8% 감소했지만, 지방은 3만9724호에서 5만627호로 27.4% 증가했다. 미분양 흐름의 양극화에 따라 수도권은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이 추가 지정될 만큼 과열된 반면, 지방은 하락·보합세를 면치 못하는 극심한 디커플링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자율적인 조절 능력을 상실할 때 외부 충격에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지금의 부산 미분양 폭증은 단순한 수요 둔화 때문이 아니다. 고분양가 리스크, 고금리 장기화, 그리고 지역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악재가 겹친 결과물이다. 이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방 주택 시장의 침체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길어질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 침체와 직결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 시장의 급격한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지방 맞춤형 차별화 정책’이 시급하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준공 전 단계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미분양 안심환매’와 준공 후 단계의 ‘지방 미분양 취득세 감면’ 제도가 있다. 먼저 ‘HUG 미분양 안심환매’는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HUG가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통해 일시 매입함으로써, 준공에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환매조건부 사업이다. 아울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 원 이하인 경우 취득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하고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는 조치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미분양이 갈수록 누적되는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뼈를 깎는 혹독한 자구 노력과 함께 현재의 방안을 뛰어넘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얼어붙은 매수 심리를 원천적으로 깨울 파격적 세제 혜택의 전면 확대다. 현재의 제한적인 감면을 넘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적용을 지방에 한해 과감히 배제하고,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취득가액 기준(7억 원) 및 취득세 감면율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 중심의 일률적인 부동산 정책으로는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라는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없다. 미분양 추이를 가장 잘 아는 지역 지자체에 주택정책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권한을 부여받은 지자체는 공급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한편, 인구 트렌드 변화에 맞춘 주택 다변화와 지역 지형에 부합하는 정교한 주택 공급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방 미분양 폭증이라는 위기 국면을 수습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건설업계나 주택 시장을 구제하는 차원을 넘어, 도미노식 연쇄 도산과 자금 경색으로부터 지역 경제의 붕괴를 막아낼 최후의 보루다. 정부와 지자체는 시장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를 직시하고, 세제·금융의 파격적인 특단책과 더불어 맞춤형 공급 체질 개선을 선제적으로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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