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군 복무 중인 남동생 면회를 위해 한겨울 강원도 홍천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생생하게 체험했다. 얼굴에 닿는 공기도 차가웠지만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발바닥부터 굳어갔다. 한동안 ‘홍천의 겨울’이라 하면 머리를 절레 절레 흔들었던 이유다. 그런 홍천이 올해 경남 양산의 급부상 이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여름 기록을 갖고 있었다. 2018년 8월 1일 낮 최고기온 41도로, 76년 만에 대구 기록(40도)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2000년대 초반 더위로 악명을 떨친 곳은 경남의 합천 산청 밀양이다. 경남 내륙에 위치한 이들 지역은 언제부턴가 여름이면 다른 데보다 3, 4도씩 예사로 기온이 높았다. 밀양은 전국 1위를 몇번 찍었다. 지자체는 “실제로는 그렇게 덥지 않다”며 기상청 관측장비와 관측장소를 탓했다. 일부 단체장은 장비 이전을 요구했다. 비슷한 논쟁이 부산에서도 있었다. 금정구 기온이 부산 대표값인 중구(대청동 기준)보다 2~4도 높았던 게 발단이다. 금정구청 역시 관측장비 문제라며 이전 설치를 요청했고, 장전동 부산대에서 두구동 스포원파크로 옮겨졌다. 하지만 금정 동래 수영을 두루 다녀보면 금정구가 확실히 더 덥다는 건 우리 몸이 먼저 안다.
올 여름 제일 더운 도시에 양산이 등극했다. 지난달 31일 41.4도로 홍천의 8년 전 기록을 밀어내더니 이달 2일에는 42.5도까지 치솟아 불과 이틀만에 최고기록을 자가 경신했다. 양산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 연속으로 40도 이상 폭염에 시달렸다. 한반도 남부를 덮은 이중 고기압과 서풍이 원인이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부산은 지난달 29일 38.8도를 찍으며 대청동 기준 최고를 갈아치웠고, 금정구는 지난달 31일부터 내리 사흘간 40도를 웃돌았다. 부산에서 40도 이상이 관측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관측사에서 일 최고기온 1~3위가 올해 여름이다.
홍천 대구 양산은 산이나 구릉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금정구는 분지는 아니나 뒤에 금정산이 버티고 있다. 이런 곳에 바람이 산을 타고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현상’이 겹치면 한정없이 뜨거워진다. 한때 대구는 ‘대프리카’라 불릴 정도로 더위의 대명사였으나 도심 녹지 조성 등에 힘입어 상당부분 오명을 벗었다. 양산도 각종 신도시 개발정책이 열섬 효과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있다. 어차피 기온은 우상향을 그리겠지만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하느냐 마느냐는 인간에 달렸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