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유난히 두렵다. 경남 양산의 기온이 나흘 연속 40도를 넘어서며 기상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어린 시절 한여름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수십 년 사이 기후가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원인은 분명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여름이 앞으로 경험할 여름 가운데 가장 시원했던 해로 기억될 수도 있다. 결국 탄소 배출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 각국은 원자력을 다시 확대한다. 원전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면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았듯이 사고 위험과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도 안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주목해야 할 재생에너지는 해상풍력이다. 태양광은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육상풍력도 발전기가 대형화돼 운송과 설치에 제약이 크고, 소음과 경관 훼손에 따른 주민 갈등도 있다. 그래서 세계는 바다로 눈을 돌린다. 특히 먼바다에 설치하는 부유식 해상풍력은 일정하고 강한 바람을 이용할 수 있어 발전 효율이 높다. 15㎿급 이상의 초대형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육상이나 연안보다 소음과 경관에 따른 민원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풍력발전기뿐만 아니라 부유체와 계류시스템, 해저케이블, 송전설비와 해상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발전기 한 기를 설치하는 데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돼 높은 초기 투자비가 보급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쟁력은 하부구조 기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강철 부유체는 바닷물에 장기간 노출되면 부식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콘크리트 부유체와 신소재 계류시스템 개발이 활발한 이유다. 하부구조의 무게와 제작비, 유지관리비를 줄인다면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제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도 오는 9월 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스마트 에너지 위크’에 추타이셀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출품한다. 이 기술은 전시회를 앞두고 수많은 출품 기술 가운데 사전 조회 수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혁신적인 해상풍력 하부구조에 대한 세계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 역시 10년 이상 해상풍력 기초 기술을 연구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과제로 추진된 제주도 4.2㎿급 해상풍력발전기 기초 연구개발에 참여했으며, 해당 발전기는 완공돼 현재 가동 중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해상풍력의 성패가 발전기 성능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거센 파도와 태풍을 견디면서도 경제적으로 제작하고 설치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기술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장기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실증, 사업화를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가 미래 해양산업 육성을 위해 딥테크 연구개발 과제 등을 추진하는 것은 해양기술 개발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부산도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세계적인 항만과 조선·해양플랜트 산업 기반을 갖춘 부산은 부유식 해상풍력과 수중데이터센터 같은 미래 해양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다. 부산이 미래 에너지를 생산하고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해양기술의 중심지가 될 때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닥친 거대한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탄생시키는 전환점이다. 더워지는 지구를 구할 해답은 어쩌면 우리 앞에 펼쳐진 바다 위에 있을지 모른다. 그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고 기술과 산업으로 준비하는 나라와 도시가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