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즌을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내는 추춘제는 해외 유명 리그에서 흔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해 유럽 프로축구 5대 리그가 모두 추춘제다. 추운 겨울 밖에서 공을 찰 수 있나 싶지만 9월이 신학기인 나라에서는 스포츠 시작점을 가을로 잡는데 거부감이 적다. 우리나라에선 4대 프로 스포츠 경기(야구 축구 농구 배구) 중 농구와 배구가 추춘제를 택했다. 반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는 봄에 시즌을 시작해 그해 가을에 끝내는 춘추제로 운영되고 있다. 야구는 여름 스포츠의 대명사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은 봄철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와 여름철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두 가지다. 일본인들은 여름 고시엔을 더 높이 친다. 열도 전체 고교 야구팀이 참가하는 대회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작렬하는 태양을 끝까지 참고 견디며 던지고 치고 달리는 근성, 땀에 흠뻑 젖은 유니폼과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투지의 표상이어서다. 한국에서도 고교야구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1960, 70년대에는 땀으로 땀을 씻는 청춘의 분투에 전국민이 열광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잠시 멈췄던 프로야구가 11일부터 재개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리그 중단을 선언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KBO는 40도를 넘는 찜통 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자 지난 5~9일 예정된 경기를 전격 취소했다. 프로야구에서 개별 경기가 아닌 리그 전체가 중단되기는 2021년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달 초 사우나나 다름 없었던 경기장에서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잇따라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일부 관중은 쓰러지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한여름 무더위에 보통사람은 꿈도 못 꿀 경지의 피지컬 능력을 보여주는 게 여름 스포츠다. 문제는 더위 수준이 인간 도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축구는 여름을 피해 추춘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일본 J리그는 이미 올해부터 추춘제로 바꿨고, K리그도 전환을 고민 중이다. 프로야구는 나이트 경기 확대, 쿨링 브레이크 도입 등으로 일단 버틴다. 하지만 앞으로 여름은 분명 더 길고 더 지독해진다. 이 정도 대증요법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돔구장이다. 국내에는 현재 서울 고척스카이돔 뿐이지만 인천과 잠실에 예정돼 있고 부산에도 북항 건설 논의가 활발하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하얀색 야구공 포물선이 가르는 여름 야구가 낭만으로만 기억될 날이 가까워진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