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코스피 지수가 급락한 뒤 이달 들어 반등세를 연출하면서 개인 투자자(개미)가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1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다. 순매수 규모가 1328억원에 달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는 KODEX 인버스(3위),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9위) 등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 다수 포함됐다.
시장 변동성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녹아내린 계좌를 빨리 복구하겠다는 조급한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달 5300선까지 밀렸지만 이달 들어 반등하면서 7000선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약 10% 상승하는 등 단기간에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조정을 마무리하고 재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적지 않은 개미는 이번 상승을 ‘데드 캣 바운스(큰 하락 뒤 소폭 반등)’로 본다. 다시 본격적인 대세 하락장이 올 것이라는 시각을 갖는다. 지난달 폭락장에서 큰 손실을 봤던 트라우마도 하락장 베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서 개미와 외국인·기관의 투자 포지션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외국인은 개미와 정반대로 상승장에 베탕한다. 최근 1주일간 외국인 투자자가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레버리지로 556억 원이 유입됐다. 투자 포지션이 반대일 때 개미는 늘 크고 작은 손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결말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하락장 베팅으로 개미가 또 한번 큰 손실을 볼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개미가 위험천만한 거래에 뛰어들도록 만든 것은 유례를 보기 힘들었던 지수의 변동성이다. 이제는 레버리지에 눈을 뜬 많은 개미가 ‘ETF 중독’에 빠진 것 같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붕괴의 촉매로 작용했음에도 책임지는 이는 없다. 적반하장으로 개미의 투기적인 투자 탓으로 돌렸다. 7월 폭락장에서 강제 청산 등으로 큰 손실을 본 개미는 증시를 떠났거나 미국 증시로 ‘이민’ 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미의 의심이 풀리지 않는 한 시장은 ‘미친 변동성’을 반복하며 도박장 같은 행태를 연출할 것이다. 증시의 장기적인 발전과 레벨 업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증시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