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부동산 국민대토론회, 8·13 부동산 대책의 세제 논쟁, 서울 용산공원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용지 의견 충돌 등 잇따르는 부동산 관련 뉴스 속에서 침체에 빠진 지방 부동산시장 대책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유감스럽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막는 간접 지원에 머물러 있어 지방의 미분양 해소와 수요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공공임대·전세임대·공공분양을 결합한 청년 주거 지원 3종 세트가 지역 청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 눈에 들어온다.
부산 부동산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하락의 문제가 아니다. 일시적인 거래 위축을 넘어 부산의 주택 수요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의 6월 미분양이 8000호를 웃도는 상황에서 준공 후 미분양도 약 3300호로 전체 미분양의 40%가 넘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더해 부산 안에서도 핵심지와 비핵심지, 신축과 구축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부산 부동산경기 침체 원인은 복합적이다. 핵심 요인은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로 인한 인구 감소로 수요 기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지가격과 공사비, 금융비용 상승으로 분양가는 높아졌지만 가계 소득과 구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청약 부진과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한계도 일조하고 있다. 부산은 정상적인 실수요와 거래 회복이 필요한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 및 세제 규제를 지방에도 적용하면 부산을 비롯한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개선되기 어렵다.
부동산경기 침체는 건설경기, 나아가서는 지역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부산 건설업 취업자가 2023년 5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계속 감소하면서 4만 5000명이나 줄었다. 특히 부산 건설업은 지역시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일용·임시직 근로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취약한 일자리부터 감소하고 전후방 연관산업의 고용 부진을 가져온다. 이로 인한 근로소득 감소는 음식점·소매업 등 골목상권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주택거래 감소는 취득세 등 지방세 수입을 줄여 부산시 재정 여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미분양 장기화로 시행사와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 자금난이 가중되어 임금과 공사대금 체불, 하도급업체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 침체는 단순한 부동산 가격의 조정이 아니라 고용·소비·세수·금융을 동시에 위축시켜 지역경제의 복합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특례 확대와 공공·민간 임대자산으로의 전환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 근로자 대상 공공임대나 분양전환형 주택으로 활용하는 대책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를 기회 삼아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맹신한 수요가 뒷받침됐다. 공급이 증가하면서 거품이 형성되고 얼마 가지 못해 거품이 꺼져 미분양 증가와 거래 급감으로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 유사한 대책이 중복되면서 오히려 학습효과만 강해지는 형국이다.
당장 세제 특례 등과 같은 단기적 처방도 필요하지만 이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청년층의 지역 정주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 수요 기반을 회복해야 한다. 전체 총량만 볼 것이 아니라 구·군과 생활권별 인허가·착공·입주·미분양 물량을 함께 관리하는 지역별 주택 수급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수요 구조 변화에 맞춘 주택 공급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시장이 수급에 의한 균형가격 형성이라는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기적 수요와 과도한 대출 등으로 시장이 왜곡되어서도 안된다. 부동산 가격이 문제가 아닌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 도시 스카이라인을 어지럽힐 정도로 무분별하게 세워졌던 타워크레인이 장기간 보이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아울러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