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공소취소 관련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국정지지율 급락이 고착화할 가능성을 보이면서 추진 동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특검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하반기 입법이 예상되는 조작기소 특검법안에 공소취소 권한이 필요한가’라고 묻자 박균택 의원 혼자 “그렇다”고 답했다. 나머지 9명은 ▷없어도 된다 5명 ▷국민 여론을 감안해 결정 2명 ▷별다른 입장 없음 2명 등의 입장을 보였다.
지난 4월 30일 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한 이후 6·3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와 보완수사권 폐지, 단일종목 ETF 사태 등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한 여론조사가 다수 나오면서 공소취소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공소취소를 밀어붙였다가는 2028년 총선에서 배지가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공소취소 균열은 다른 장면에서도 포착된다. “국민은 공소취소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망언으로 비판받았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 (공소취소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법사위에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뒤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박 의원의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장관이 물러난 것도 상징적인 대목이다. 청와대는 정 전 장관의 건강 악화와 검찰개혁 입법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마쳐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 전 장관의 사퇴 이유를 공소취소 추진에서 찾는다. 대장동 항소포기로 정권이 바뀌면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공소취소 책임까지 떠맡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퇴가 아니라 이후 불거질 수 있는 사법 리스크로부터 ‘도망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소취소라는 ‘불의(不義)’에는 눈을 감는 것도 모자라 행동대장으로 나섰던 이들이 총선 역풍과 사법 리스크라는 ‘불이익(不利益)’ 앞에서는 얼굴을 싹 바꾼다. 민주당은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 보완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 개정), ‘연어 술파티’ 국정조사 등에 앞장섰다. 국민이 그토록 우려하고 반대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자들이다. 이러니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해만 끼치는 ‘국해(國害)’의원 이라는 조롱과 비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악화된 여론으로 잠시 물러섰지만 공소취소 움직임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동력이 약해진 조작기소 특검법 대신 법원의 공소기각을 대통령 사법 리스크 해소의 대안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의원의 법무부 장관 지명과 개정 형사소송법에 슬며시 끼워넣은 공소기각 확대, 법무부 산하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가 공소기각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 가려졌지만, 개정 형소법의 또 다른 뇌관은 공소기각 확대다. 검찰의 중대한 위법 수사나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판사가 공소를 기각한다는 사유를 추가했다. 죄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재판 자체를 종결하는 것이다. 지난 6월 발족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는 검찰의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재조사하는데, 전체 19건의 조사 대상 가운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 8건을 포함했다. 위원회가 공소기각 사유를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사법부가 공소기각 결정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근 판사들이 법리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정치적 판결을 남발하는 사례가 많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 후보자의 코로나 신약 청탁 과정에서 그와 친분이 있는 영장전담 판사가 연루된 정황은 ‘사법부의 오염’을 의심케 한다.
김 후보자가 청탁 의혹으로 법무장관에 취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공소취소를 실행할 다른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정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공소취소나 우회로인 공소기각은 거센 저항과 총선 때 정치적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구조적으로,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내 동조 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불의에도 눈 감고, 귀 막는 자들이 ‘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걸린 불이익을 감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