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반이 무너졌다. 지난달 26일 네팔 중북부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는 순식간에 계곡을 집어삼켰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양의 물과 돌, 토사가 강을 타고 한꺼번에 쏟아져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까지 초토화시켰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계속 늘고 있다. 실종된 우리 국민 9명의 무사귀환을 위한 구조 노력도 현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재난 발생 열흘이 지나 생존자가 발견될 만큼 구조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추가 붕괴와 2차 재난을 경계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네팔의 비극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선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7월과 8월 전국을 달궜다. 8월 3일 경남 양산의 기온은 42.5도를 찍으며 기상청 공식 관측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거제에는 8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통영에도 600㎜ 이상 폭우가 쏟아졌다. 거제에서는 한 시간 동안 124.5㎜의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산사태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얼마 전까지 가뭄을 걱정하던 지역에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물 폭탄이 쏟아졌다. 예측하기 어려운 가뭄과 폭우가 불과 한 달 새 반복된 것이다. 세계도 기후위기 몸살을 앓는다.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대륙을 덮쳤다. 북아메리카의 캐나다에서는 300만㏊가 넘는 산림이 불탔다. 중국에서는 태풍과 폭우가 도시를 삼켰다. 서로 다른 대륙에서 벌어진 재난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후위기가 이제 ‘위기’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사회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지구 환경문제를 다룬 최초의 국제회의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국가 간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창설됐고 이후 기후변화 대응 국제적 기본틀을 마련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시작으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다룬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2015년에는 파리협정이라는 역사적 합의에 이르렀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자는 약속이었다. 이후에도 매년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 모여 감축목표와 기후재원, 화석연료 감축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은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고 이상기후 현상은 잦아지고 있다. 2017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기후규제 완화, 화석연료 확대를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처럼 국제적 공조에 발목을 잡는 사례도 나왔다.
해법은 뭘까? 일본 경제사상가 사이토 고헤이는 2021년 국내에 번역 출간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에서 지구환경 파괴와 정치 경제 시스템의 모순을 짚었다. 이 책에서 사이토는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뿌리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이윤을 확대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에서 찾았다. 지구는 유한한데 경제성장은 무한을 전제로 한다는 모순을 비판했다. 특히 ‘제국적 생활양식’이라는 개념은 날카롭다. 선진국의 풍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 노동과 환경비용을 다른 지역으로 외부화하고 그 결과로 촉발된 기후재앙은 글로벌 사우스 즉,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네팔의 비극도 한 사례다.
사이토의 탈성장 주장은 급진적이라는 논란과 함께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탈성장이 유일한 해법도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녹아내리는 빙하를 멈출 수도, 불타 없어지는 아마존 밀림을 지킬 수도,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바다의 파괴를 막을 수도 없다. 나부터 일회용품 사용과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작은 노력을 실천해 보자고 제안한다. 환경파괴를 막을 제도와 시스템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에서 변화의 실마리가 풀린다. 지금 나부터 시작해보자.
임훈 독자여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