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찬 바람이 불면 바다는 바빠진다. 가을을 알리는 대표 수산물 굴도 곧 돌아온다. 다음 달에는 햇굴 출하를 알리는 초매식이 통영 굴수하식수협에서 열린다. 기록적인 무더위와 지난 8월 거제·통영을 할퀸 극한호우를 딛고 우리 식탁에 오르는 만큼, 올해는 굴 맛이 더욱 기다려진다.
굴은 단백질과 미네랄, 글리코겐, 타우린 등 영양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고 불린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굴 100g에는 칼슘 75㎎, 아연 14㎎이 들어 있어 소고기보다 각각 약 7.5배, 3.5배나 많다. 김치를 담글 때 굴을 넣으면 글리신, 글루탐산 등 아미노산이 단맛과 감칠맛을 더해 김치의 맛과 영양이 한층 더 풍부해진다. 또 국이나 죽, 라면 등에 넣거나 다양한 요리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완전해 보이는 굴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노로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구토, 설사 등 급성 위장염을 유발하며, 전파력이 강해 사람 간 접촉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와 식품의 충분한 가열 조리를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기온이 낮은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데, 하필 이 시기는 굴 소비가 늘어나는 때와 겹친다. 이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하면 굴부터 의심하는 경향이 생겼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오염된 해역의 패류를 충분히 익히지 않거나 오염된 물로 씻은 채소·과일 등을 그대로 먹으면 어느 식품을 통해서든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학적 사실이 하나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환경에서 스스로 증식하지 못하며, 숙주세포 내에서만 증식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의 주요 숙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굴의 체내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증식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의 숙주는 사람인데 어떻게 굴의 체내에 들어 있는 것일까? 답은 굴의 먹이 섭취 방식에 있다. 굴은 해수를 여과해 먹이를 섭취하는데, 이때 부유생물과 함께 바이러스 입자도 걸러져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바다 환경에서 증식하지 않으며,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 등에 있던 바이러스 입자가 하수 등을 통해 해역으로 유입되면 굴은 이를 축적하게 된다. 결국 안전한 굴 생산을 위해서는 애초에 노로바이러스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수와 분뇨 등 오염원의 철저한 관리가 핵심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하면 괜히 굴에 먼저 눈을 흘긴다. 굴이나 바다에서 이 바이러스가 자라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 노로바이러스를 굴은 생육하면서 어쩔 수 없이 떠안았을 뿐인데, 식중독 주범이라는 오명을 쓴 것이다. 공원에 오물을 뿌려놓고 공원이 더럽다며 손가락질하는 격이다. 이쯤 되면 굴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한 노릇일까. 이로 인해 굴 어업인들이 입는 피해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굴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염된 해역에서 생산된 굴은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주요 패류 생산해역의 오염원 차단을 위해 하수처리시설과 공중화장실 확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해양수산부는 굴 생산 시기 주요 해역의 노로바이러스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바이러스가 검출된 해역의 굴은 가열조리용으로 유통하거나 출하를 자제하도록 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굴의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추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바다와 그 주변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각별한 주의와 협조가 절실하다.
굴은 별도의 사료를 주지 않고 바닷물 속 자연의 먹이를 이용해 길러내는 대표적인 친환경 블루푸드다. 올해는 위생적인 바다에서 건강하게 자란 굴을 안심하고 ‘바다의 우유’ 그 자체로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