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이다. 가족과 친지가 모이는 명절이면 정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여야 모두 연휴 이후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연 것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국민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기준은 결국 하나다.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내 삶이 나아지고 있는지를 묻는다.
올해 추석 밥상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의 정치적 논란과 민생 문제가 함께 오를 것이다. 인사 논란부터 검찰 개혁,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문제까지 쟁점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연임 문제에 대해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연임 개헌론이 불필요한 정치적 혼란을 키운 만큼 대통령이 직접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정리였다.
공소취소 논란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특검법안의 ‘공소취소권’ 조항을 없애 달라고 국회에 요구하면서 본인 사건 등 악의적 수사나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은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향후 특검의 진상 규명 결과를 명분 삼아 언제든 공소취소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정치적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임기 뒤 재판’ 문제에도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다.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국민의 의문을 충분히 해소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대통령과 관련된 논란만이 아니다. 국정 운영 전반에서 정치권의 판단과 국민의 눈높이가 어긋나는 장면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인사 문제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맡겠다고 했다가 결국 사퇴했다.
젊은 세대에게 공정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취업과 주거, 입시와 승진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다. 정치권은 용 후보자의 선택이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했어야 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인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증인 없는 청문회를 열어 후보자를 방어하는 데 치중했다.
법사위가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으나 김 후보자는 지난 19일 자진 사퇴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전직 보좌관들이 성추행, 회계 부정 등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마저 사퇴를 표명하는 등 잇따르는 인사 잡음은 여권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거민 특별공급’ 혜택으로 뒷말이 나오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진정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깊이 돌아봐야 한다.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
인사보다 더 직접적으로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문제는 형사사법체계의 변화다. 다음 달 2일부터 공소청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출범한다면 초기 조직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를 바꾸는 만큼 충분한 준비와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개혁의 성패는 국민이 수사와 형사사법 절차에서 무엇을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주 실종 사건 암장이나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조작 등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그 대상이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검찰이냐 경찰이냐가 아니다. 범죄를 당했을 때 제대로 수사하고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의 거대 담론만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다. 농지 전수조사가 대표적이다. 명백한 농지 투기는 엄단하되 경미한 법 위반은 계도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고령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면 땅을 강제로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민들의 불안이 크다. 농촌 현장 불안이 확산하자 정부는 21일 고령 농민의 무단 휴경이나 불가피한 농지 방치에 대한 ‘농지 처분 명령’을 유예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는 인사와 정치적 논란, 개혁의 성과 등 여러 기준으로 매겨진다.
결국 추석 이후의 민심은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국정을 쇄신하고 민생경제 회복에 전념하는지를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