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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백서 발췌.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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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여름의 전유물 같은 태풍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곤 한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5년 태풍백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평균적으로 7월에 4.1개, 8월에 5.1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각각 1.1개, 1.3개 정도였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도 5.3개의 태풍이 발생해 그중 1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다. 10월 역시 평균 3.7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그중 0.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여름에 비해 발생 빈도는 줄어들지만, 가을에도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태풍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가을 태풍의 사례는 적지 않다. 2003년 9월 부산과 경남 해안을 강타한 태풍 ‘매미’는 초속 42.7m의 강풍으로 부산항의 대형 크레인을 쓰러뜨리는 등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2016년 10월에는 태풍 ‘차바’로 인해 부산 도심 저지대가 침수되며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2022년 9월엔 태풍 ‘힌남노’가 만조 시기와 겹치며 해안가 침수와 상가 파손 등 큰 상처를 남겼다.
올해는 9월 25일 현재까지 총 26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다행히 올해는 5월 장미의 영향으로 남해동부 먼바다에 태풍특보가 발효되었을 뿐 태풍으로 인한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가을 바다는 여전히 태풍이 발달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머금고 있다. 특히, 여름철 우리나라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할 가능성이 큰 부산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지역이다. 바다와 도심이 맞닿은 지형적 특성상 항만과 해안도로, 저지대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강풍과 호우는 물론이고 높은 파도와 너울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의 영향이 만조 시간대와 겹칠 경우, 해안 지역의 침수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태풍은 이처럼 여러 위험 요인을 동시에 가진 복합적인 기상현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신속하고 상세한 태풍정보다. 태풍 발생 시 기상청 ‘날씨누리’나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위치와 강도, 예상 진로를 확인하고, 3~6시간 간격으로 업데이트되는 최신 정보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태풍정보는 한 번 정해진 답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관측자료가 쌓일 때마다 태풍의 위치와 주변 대기, 해양 상태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진로와 강도를 계속 조정한다. 이는 예측이 부정확해서가 아니라 최신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위험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 나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므로, 최신 정보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태풍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한 대비가 있다면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태풍을 대비하는 방법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집 주변에 강풍으로 넘어질 수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창문과 외부 시설물의 상태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해안가나 하천 주변, 저지대 거주자는 대피 장소와 이동 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선박과 어구 등 해양 시설물은 사전에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 태풍이 접근했을 때는 위험 지역 방문을 절대적으로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태풍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주변의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작은 습관이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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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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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고 해서 태풍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설마’ 하는 안일함 대신 ‘미리’ 준비하는 세심함으로 안전하고 평온한 가을을 보내길 바라며, 기상청은 앞으로도 날씨 예보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 정보의 파수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