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화제는 단연 무태상어로 추정되는 대형 상어였다. 이 상어는 지난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나타나 열흘 넘게 머물고 있다. 길이 3.5m에 이르는 상어가 도심 공원에 나타난 이례적인 광경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북항에서 발견돼 ‘부캉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추석 연휴에는 부캉이를 보려는 인파가 하루 10만 명을 넘었다. 특히 추석 당일에는 13만6000명이 몰려 6만7000명이 찾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의 하루 최다 방문객 기록을 크게 웃돌았다.
언론 보도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연휴를 맞아 전국에서 구경꾼이 찾아왔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부두 쪽부터 이순신대로 교각에 이르는 수로 주변은 인근 부산역에서 캐리어를 끌고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관광객과 방문객들로 빼곡했다.
26일과 27일에는 비가 내렸는데도 인공수로 주변은 우산을 쓴 채 부캉이를 보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공수로변 난간에 기댄 사람들은 부캉이의 등지느러미가 물 위로 솟아오르거나 유영할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부캉이를 기다리며 주변의 낯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카페와 편의점 매출도 크게 늘었다. 상어 모양 아이스크림 ‘죠스바’는 물론 고래 모양 과자 ‘고래밥’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아기상어’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더핑크퐁컴퍼니 주가도 상승했다.
부캉이가 불러온 가장 뜻밖의 효과는 대규모 재개발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북항의 매력을 알린 것이었다. 부캉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친수공원에는 활기가 넘쳤고, 관련 동영상과 기사에는 ‘해외 유명 관광지 같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교통이 혼잡해지자 남포동이나 중앙동에서 걸어서 친수공원을 찾는 부산 시민도 많았다. 제1부두 창고, 북항마리나, 공사 중인 오페라하우스 등을 둘러보며 북항의 풍경을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부캉이의 등장으로 2008년부터 대규모로 조성된 북항의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이 새롭게 부각됐다. KTX 부산역에서 친수공원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데다 남포동과 초량, 차이나타운 등 원도심 관광지도 가깝다.
한편으로는 기후 위기가 불러온 이례적인 풍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부캉이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래도 ‘슬리퍼를 신고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북항’을 만들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은 상어 한 마리 덕분에 한층 가까워진 듯하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