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전을 향해 가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가 5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5연패는 남녀핸드볼 외에 누구도 밟지 못한 고지다. 그런데 축하는커녕 욕만 진탕 먹고 있다. KBO 리그 선수로 구성된 한국팀은 사회인 선수로 짜인 일본팀을 상대로 1차전에서 영봉패(0-5) 당하고, 결승전에서도 힘겨운 승부(3-1)를 펼쳤다. 그것도 승리라고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는 모습에 ‘군 면제 자축 세리머니’라는 비아냥이 난무한다.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다. 이때만 해도 프로는 참가할 수 없었다. 규정이 바뀐 건 1998년 방콕 대회부터다. 한국은 KBO와 메이저 리거들이 앞다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 정신을 고집하는 일본, 프로와 아마를 섞는 대만과 대조적이다.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면 군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사실상 한국 일본 대만 3파전인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금메달은 어렵지 않다. 1998년부터 2026년까지 8번을 싹쓸이 해도 이상하지 않을 한국팀이지만 2006년 도하 대회 땐 일본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명단은 병역 특례 명단이다. 부상을 숨기고 출전했다가 덕아웃에만 머문 선수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등에 담 증세가 있다는 이유로 공 한 번 안 던졌다. 면제만 챙기고 이후 주요 국제대회에는 빠져버린 ‘먹튀’도 있다. 지난 30여년간 이런 식으로 혜택을 받은 야구 선수가 100명 가깝다. 이번에도 24명 중 16명이 병역 미필이다. 수십억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가 ‘투잡러’ 사회인 팀을 겨우 이겨 놓고 부끄러움도 없다. “금메달이 중요한 거지 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장인 노시환 선수의 소감은 망언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병역법은 국위 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복무를 예술·체육 요원으로 대체할 수 있게 규정한다. 대한민국이 외교 무대에서 북한보다 인지도가 낮았던 1973년 만들어진 규정이다. 반세기 이상 흐르는 동안 국가 위상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계 1위도 아니고 아시아 1위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이제 시대착오적이라는 여론이 거세다. 프로가 아마추어를 꺾었다고 좋아하는 건 국위 선양이 아니라 국가 망신이다. 우리도 대회 정신에 맞게 아마추어를 보내든지, 아니면 병역 혜택을 없애야 한다. ‘국뽕’에 취하기 마련인 국가 대항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팀 패배를 간절히 기도했다는 사람이 자꾸 생겨서야 되겠는가.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