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국은 ‘한동훈’으로 시작해 ‘한동훈’으로 끝났다. 한 명의 무소속 의원이 정국을 ‘멱살 잡고 끌고 간’ 흔치 않는 상황이 전개됐다. ‘8·30 개각’은 지지율 부진에 고전하던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회심의 카드였지만, 한 의원에 의해 실패했다. 그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제기한 ‘신약 청탁 로비 의혹’은 ‘개각판’을 뒤흔들었다.
연일 쏟아내는 역대급 녹취록에 자료 입수 과정의 불법 의혹으로 맞서던 여당의 방어막도 무너졌다. 한 의원은 이어 지난 21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새로운 전선으로 삼았다. 이 사고로 수색대대장의 발목이 절단되는 등 우리 장병 3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 의원은 추석 연휴 기간 1인 시위를 벌였고, 유엔군 사령부의 신속한 현장 조사 요구를 우리 군이 거부했다며 정부 대응을 문제 삼았다. 유엔사와 우리 군은 합동 조사 하루 만인 28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이 남측 DMZ까지 내려와 지뢰를 매설했고 우리 장병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얘기다. 하루 만에 나오는 조사 결과를 일주일이나 미적댄 것이니 “북한 눈치를 보느라 조사를 미뤘다”는 한 의원의 주장에 정부도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여론도 반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1위를 차지한 결과가 잇따라 나왔고, 국민의힘 지지층 절반 이상이 한 의원의 복당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공개됐다.
그런데 국회 입성 후 첫 정기국회에서 각인된 존재감이 ‘복당 딜레마’로 작용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 의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국민의힘 내부의 경계심 역시 비례해 커진다. 정국 독주에도 ‘복당 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당원게시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한 의원의) 복당 문제 자체를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던진 작심 발언은 장 대표가 한 의원에게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보수정당이 지금까지 갈기갈기 찢어진,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떨어지고 결국은 우리가 이런 비극적인 사태를 맞게 될 수밖에 없었던 모든 국면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했고, “한동훈 의원의 행태는 의원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 의원에게 국민의힘 복당은 필요조건이다. 그가 내건 정치적 목표는 ‘보수 재건’. 2028년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민의힘 복당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복당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의 복당에 부정적인 세력이 당권을 쥔 국민의힘 권력구도가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이유로 ‘한동훈 신당’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결심하기 쉽지 않은 선택지다. ‘안철수 신당’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등 특정 정치인에게 기댄 숱한 신당이 실패했거나 확실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 의원이 밖에서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대선으로 향하지 못하란 법도 없긴 하다. 하지만 거대 야당 밖에 있던 야권 정치인이 성공한 사례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류세력의 견제를 뚫고 정권을 잡았지만 상황이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에서 수족이 잘렸지만, 자신은 당 안에 머물렀다. 웅크리고 때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한 의원 처지보다 나았다.
한 의원은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국회 활동을 통해 강력한 팬덤과 대여 투쟁력,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거친 언행, 검증되지 않은 정책 능력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현재 보수 정치권에 그만한 강점을 갖춘 인사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면 한 의원은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새 길을 닦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어디로 걷든 2028년 총선 앞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가 어떤 길로 향할지는 정국을 흔들 또 하나의 키워드다.
박태우 서울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