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국물 라면 돌풍을 일으킨 ‘꼬꼬면’은 ‘이경규의 꼬꼬면’이 될 뻔했다. 개그맨 이경규 씨가 TV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라면 레시피를 상품화하려던 찰나, 누군가 방송 직후 ‘꼬꼬면’을 먼저 상표로 등록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이경규의 꼬꼬면’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상표권 선점자가 비난 여론을 의식했는지 권리를 포기하는 바람에 지금의 ‘꼬꼬면’이 됐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보름 넘게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있는 상어 ‘부캉이’가 상표권 논란에 휩싸였다. 부캉이 등장 사흘 뒤인 지난달 21일부터 ‘부캉이’ 한글과 영문 표기, 상어 도안 등을 활용한 5건의 상표권 출원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출원에는 키링 의류 완구 등 40개 상품이 포함돼 있다. 이게 인정되면 ‘부캉이’는 물론이고 발음이 비슷한 ‘북항이’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항’에서 파생된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발견 직후부터 시민 사이에 퍼져나간 상어 애칭이다. 부산시와 동구는 이달 중 지식재산처에 ‘부캉이’ 상표를 출원하고 개인 출원 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도메인) 개설 붐이 일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한 한국인에 의한 엑슨모빌 도메인 선점은 알박기 논쟁을 촉발시킨 대표적 사건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Exxon)이 모빌(Mobil)을 합병한 뒤 도메인 ‘exxonmobil.com’과 ‘exxon-mobil.com’을 울며 겨자먹기로 거액에 사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옛날 일이다. 그간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뤄져 먼저 점령한다고 무조건 권리를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판례가 쌓여가고 있다. 물론 상표권 출원에서 중요한 건 순서다. 하지만 부캉이는 그전부터 유명 인사(?)였고 이런 행위가 부정한 목적인지 증명만 된다면 명칭의 공적 사용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부산시설공단과 해경 등은 지난달 29일 워터펌프에 이어 2일에는 그물 작전을 펼쳐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부캉이는 그물을 뛰어 넘어 인공수로 안으로 다시 진입하는 묘기까지 부렸다. 부산시는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에 위촉했고 동구청은 상금 700만 원에 전국민 대상 ‘북항 상어 캐릭터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부산에는 ‘부기’라는 캐릭터가 있다. 부산갈매기의 줄임말이다. 부캉이가 상표권을 인정받아 부산을 대표하는 또 다른 마스코트가 된다면 하늘에선 부기, 바다에선 부캉이가 부산을 지키게 된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