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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1월 부산 부산진구청 로비에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현판 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부산 기초지자체들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국제기구의 인증 획득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북구청은 최근 2200만 원을 들여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 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시내 16개 구·군 가운데 국제기구 인증을 이미 받았거나 추진 중인 곳은 사하구 서구 등 9곳이나 된다. 현판 또는 인정서를 받거나 이를 갱신 유지하는데 건당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들어간다. 이 중엔 차별성이나 인지도가 거의 없어 지자체가 노린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부산에는 부산시와 6개 구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그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오히려 너무 흔해서 문제다. 유니세프 홈페이지를 보면 전국에 이 인증을 받지 않은 시·도가 거의 없을 정도다. 북구가 준비하는 ‘글로벌 학습 도시 네트워크’는 올해로 10년째인 평생학습도시 지정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미가 있다는 구청 측 설명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사하구가 가입한 ‘그린키’와 ‘블루플래그’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매우 낮다. ‘그린키’는 공원, ‘블루플래그’는 해수욕장 환경을 평가해 부여하는 덴마크 소재 국제환경교육재단의 인증이라지만 주민이 모르면 인증 획득 의미가 아예 없거나 효과가 반감된다.
무엇보다 부산 기초지자체가 이런 데 쓸 돈이 있느냐는 게 본질적인 문제다. 반도체 활황으로 국세 수입이 급증했으나 중앙정부는 지방 배정 예산을 세수 증가분에 연동시키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로선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이미 남구와 사상구는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세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세입을 보충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까지 검토 중이다. 사하구는 260억 원 가량 적자 위기가 닥치자 공무원 수당 등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설계할 때마다 여기에 매칭할 자체 예산이 없어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에 전액 부담을 요구하는 형편이 아닌가.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지자체가 수두룩한데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국제 인증 획득 경쟁을 벌이는 게 과연 타당한가 재고가 필요하다.
지자체 살림도 가계 살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자체 수입은 국비와 자체 세원뿐이다. 추가 세원 발굴이 안 되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국제기구의 명성에 기대 지자체를 알리고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노력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투입 예산 대비 효과와 실질적인 필요성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합리적이고 규모 있는 지자체 살림을 위해서도 그렇고, 정부에 더 많은 예산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몇천만, 몇억 원을 우습게 알고 쓰다가 나중에 공무원 월급도 못 준다는 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