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향이 부산이어서 엄마랑 이곳을 산책하며 ‘엄마! 언젠가 나, 꼭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와야지’ 하고 다짐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사이 영광스럽게 독립영화로 부산영화제에 몇 차례 온 적이 있는데, 오늘은 개막식 날 개막작으로 여러분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이고 너무 떨립니다.”
지난 6일 저녁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이렇게 인사한 사람은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감독 김종관)에 출연한 배우 한선화이다. 이날은 한선화의 생일이었다. 개막식에 앞서 낮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선화는 진심 어린 생일 축하 인사를 동료들한테서 받은 터였다.
엄마 손을 잡고 영화의전당 주변을 산책하면서 야외극장 큰 무대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며 다짐하던 소녀가 뒷날 진짜로 BIFF 개막 영화의 주연급 배우가 되어 바로 그 무대에 오른 날이 생일이라니!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있나.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낮과 밤은 서로에게’에서 한선화(상미 역)가 상대 배우 장률(영민 역)과 함께 보여준 연기를 곱씹어 보았다.
이 대목에선 ‘씨네 21’이 내는 BIFF 공식 일간지 2호에 실린 김종관 감독 인터뷰가 참고가 된다. “공수가 완벽하게 나뉜 대화인 만큼 에너지를 변화무쌍하게 쏟아낼 수 있는 여자 배우, 그 기운을 섬세하게 받아내 줄 수 있는 남자 배우가 필요했다.” 그런 고심 끝에 찾아낸 배우가 한선화·장률이었고, 두 사람은 멋진 앙상블을 선보인다.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배우 한선화는 영화·드라마를 활발히 오가며 연기력·시청률·수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기세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향 부산에서는 ‘의리의 캐릭터’ ‘친근한 배우’라는 인상 또한 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하고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배급을 지원한 ‘영화의 거리’(감독 김민근·2021년)에서 주연, ‘교토에서 온 편지’(감독 김민주·2022)에서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세 자매의 맏이 역할로 영화를 이끄는 등 부산 영화·독립 영화와도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화제의 도시에서 자라, 영화인이 되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배우 한선화의 분투기는 제31회를 맞은 BIFF가 흐뭇하게 돌아볼 만한 서사로 다가온다. 더 많은 한선화가 BIFF 품에서 자라나기를.
조봉권 문화체육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