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열흘도 안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서 첫번째 감찰 대상자가 나왔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이다. 임 청장은 직속상관이 될 수도 있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수차례 공개 저격했다. 감찰을 지시한 행정안전부는 임 청장의 언행이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내부 기강을 해친다고 본 것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소신있는 공무원이라며 누구보다 박수치고 독려했을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다.
‘검사 임은정’은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일명 ‘도가니 사건’의 1심 공판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반공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는 “백지구형 하라”는 상부 지시를 무시하고 무죄를 구형해 징계까지 받았다. 검찰 내 성폭력 은폐 의혹을 폭로한 것도 임은정 검사였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언론기고 인터뷰 SNS 활동을 활발히 병행하며 검찰을 비판하는데 서슴없었다. 대표적인 내부고발자이자 공익신고자, 반골 검사, 검찰개혁론자라는 이미지는 이렇게 생겼다. 그렇다고 조직과 불화만 한 건 아니다. 검사장 승진 후 경찰 쪽 내부고발자인 백해룡 경정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파헤칠 땐 검찰 입장을 견지하다 백 경정과 등졌다.
“언행에 유의하고 임무에 충실하라.” 임 청장은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정성호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공개 서면 경고를 받았다. 임 청장이 ‘검찰개혁 5적’을 실명 거론하며 검찰 인사에 반기를 들자 꺼내든 옐로카드다. 행안부 장관의 이번 감찰 지시 역시 중수청장 후보자 비토 세력을 향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한다”는 이 대통령의 작심 발언 이틀 뒤에 나왔다. 윤호중 장관은 “수사 기관이 아니라 정치 기관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임 청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임 청장을 임용한 건 윤 장관이다.
직장인은 회사가 싫으면 사표를 쓴다. 나가서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인 검사는 더하다.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 항명하며 옷을 벗는 게 다반사다. 임 청장은 자기 조직을 욕하면서도 끝까지 남아있는 독특한 인물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한직으로 밀렸다가 이재명 정권에서 차장검사를 건너뛰고 검사장으로 직행했다. 이 승진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광주중수청장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검사이면서 수사가 아닌 내부 분란으로 더 유명해진 임 청장도, 그런 사람을 발탁해놓고 이제 와 벌주겠다는 이 정부도 국민으로선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권 실세의 결혼 주례자 출신 공기업 사장 등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이 궁금할 뿐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