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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조 울산지부가 지난 2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DN오토모티브 작업중지 명령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이 특수건강검진을 앞둔 노동자에게 체내 납 배출을 촉진하는 주사제를 ‘비타민 주사’라고 속여 주기적으로 맞힌 의혹을 받는다니 경악할 일이다. 회사 측이 노동자들에게 혈액 속 중금속을 소변으로 강제 배출시키는 ‘킬레이션’ 주사를 피로해소용 영양 주사라며 검진 직전 집중적으로 투약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한다. 작업환경상 노동자 체내에서 납 수치가 높게 나올 것이 우려되자 주사제를 부당 투여, 진단검사 결과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 산업사에 중대한 산업보건·노동권 침해 사건 오명으로 남을 판이다.
노조는 사측이 공장 내 집진 등 시설을 개선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니 저렴한 주사제로 눈속임해 특수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 단속을 우회했다고 의심한다. 투약 과정 역시 의료법 위반 여부도 따져봐야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신장 손상 등 부작용이 있는 주사제인 만큼, 투약 전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위험성 고지가 이뤄져야 하나 노동자를 속인 마당에 이런 절차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의 엄정 대응 움직임도 빨라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질타하며 유해물질 노출 실태와 투약 경위 확인을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배터리 제조 동종 사업장 14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에도 착수했다. 또한 노동부는 외부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되는 ‘DN오토모티브 납 노출 규명과 작업환경 개선위원회’를 출범해 건강·작업환경·역학조사를 본격화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DN오토모티브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납 노출에 따른 건강 영향을 규명하는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DN오토모티브는 ‘직원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준수, 이행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사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 산업현장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수사로 책임자를 가려내고 처벌하는 등 엄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집단 역학조사에서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사실이 드러나면 피해 노동자 보상·치료 등 고강도 후속 조처도 뒤따라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특수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 등 현행 산업안전보건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마땅하다.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이번처럼 생산 과정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되고도 노동자 건강을 해치는 방식으로 작업환경측정 평가를 통과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부의 불시 기획감독·측정 횟수를 늘리는 것이 기업의 편법적 꼼수를 막는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기업들도 공장 내 작업환경 근본 개선을 결단해야 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환경으로부터 노동자 생명·건강을 지키는 건 기업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