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  |   입력 : 2026-10-14 18:42:2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1일 부산항에 컨테이너선 한 척이 돌아왔다. 한국 컨테이너선으로는 처음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왕복한 팬스타 아크로호다. 8월 22일 부산을 떠난 지 50일 만이다. 얼음 바다를 지나 유럽으로 향했던 배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제부터다. 과연 두 번째, 세 번째 배도 이 길을 오갈 수 있을까.

북극항로는 부산에 새로운 기회다. 지금까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배는 주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쪽 바다를 지나는 지름길이다. 항해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운송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중동의 전쟁 등으로 기존 뱃길의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항로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부산에 북극항로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배가 빨리 도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뱃길이 열리면 항만과 물류는 물론 조선, 선박기자재, 연료 공급, 선박 수리, 해상보험과 금융까지 새로운 시장이 생길 수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이미 세계적인 조선·해양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얼음을 견디는 선박을 만들고, 극지 운항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개발하며, 선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할 수 있다. 북극항로가 단순한 물류사업을 넘어 동남권 산업 전반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으로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거리가 짧다고 반드시 운송비가 저렴한 것은 아니다. 얼음을 견디는 특수선박이 필요하고, 쇄빙선 지원과 높은 보험료 등 추가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운항할 수 있는 계절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부산~로테르담 구간에서 수에즈항로를 이용하는 2만 개 컨테이너 적재 규모의 대형선은 컨테이너 1개당 운송비가 726달러로 추산됐다.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4300개 규모 내빙선은 1128달러였다. 선박 규모가 다른 조건에서 계산한 결과지만, 북극항로가 아직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무시할 수 없다. 북극항로의 주요 구간은 러시아 연안을 지난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통항 규정, 보험 문제에 따라 운항 여건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줄어드는 현상 역시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북극 생태계 훼손과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대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정부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특별법 제정으로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2030년 정기 상업항로 개통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첫 시범운항에서 얻은 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얼마나 빨리 운항했는지뿐만 아니라 실제 비용은 얼마였는지, 운항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화주들이 다시 이용할 의사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기업이 돈을 벌 수 없는 항로는 정부 지원만으로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부산의 전략도 분명해야 한다. 모든 컨테이너 화물을 북극항로로 유치하겠다는 막연한 구상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부터 육성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화물과 에너지 운송, 극지 선박 건조와 수리, 해상보험과 금융, 전문인력 양성 등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북극항로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가 부산에 모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항로가 열려도 선박은 외국에서 만들고, 보험과 금융은 다른 나라가 맡고, 화물만 부산을 거쳐 간다면 기대했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부산 기업의 매출이 늘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생겨야 북극항로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북극항로는 하루아침에 완성될 사업이 아니다. 수십 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북극항로 시대의 성패는 지도 위에 그어진 새로운 뱃길이 아니라 그 길을 오가는 배와 화물, 그리고 부산에 남는 산업과 일자리가 결정한다. 첫 배는 돌아왔다. 이제 부산이 답해야 할 차례다. 그다음 배는 언제, 누구의 화물을 싣고, 어떤 이익을 남기며 다시 떠날 것인가.

장호정 해양수산부차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부캉이’ 시내버스에도 등장…북항 친수공원 경유 5-1번에 이미지로
  3. 3[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4. 4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5. 5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6. 6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7. 7시내버스에도 '부캉이'…북항친수공원 경유 상어버스 달린다(종합)
  8. 8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3. 3“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李대통령 ‘강훈식 후임’ 신임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 임명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한동훈, 법무부 장관 재직시 딸 '허위스펙' 수사무마 의혹으로 고발당해
  8. 8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9. 9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10. 10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3. 3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4. 4농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취지 알리기 총력… 효과는 ‘글쎄’
  5. 5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6. 6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7. 7IMF "올해 韓 1인당 GDP 4만3512달러"…부채전망은 대폭 하향
  8. 8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9. 9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10. 10‘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 첫 과업으로 식품업계 겨냥
  1. 1‘부캉이’ 시내버스에도 등장…북항 친수공원 경유 5-1번에 이미지로
  2. 2[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시내버스에도 '부캉이'…북항친수공원 경유 상어버스 달린다(종합)
  5. 5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6. 6울산 울주군 화학제품 제조업체서 불, 대응 1단계 인력 200명 동원 진화중
  7. 7진주 상평산단, 주거·생활편의 기능 갖춘 미래형 산업공간 탈바꿈
  8. 8공사 멈춤 금샘로 구간, 협의회 논의에도 진전 없어
  9. 9공사 멈춤 금샘로 구간, 협의회 논의에도 진전 없어
  10. 10김기욱 부산중수청장 "검사동일체 원칙 ‘수사관동일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