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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전경. 국제신문 DB |
부산시가 ‘퐁피두 센터 부산분관’ 건립을 취소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으로 추진하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오페라 공연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두 가지는 전임 박형준 시장 시절 대표적인 문화사업으로 이만한 수준의 세계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쪽과 재정 대비 실효성, 지역 문화와의 연계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쪽이 팽팽히 맞섰다. 전 시장은 지난 2개월간 이를 공론화 작업에 부쳤고 시민 체감도, 공공성, 재정 지속 가능성, 행정 책임성 등 원칙에 따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재수 시정이 전임자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국민의힘 다수로 구성된 부산시의회 등은 즉각 반발했다.
부산시가 두 사업을 곧장 취소하지 않고 숙의 과정을 거친 건 나름의 고민을 반영한다. 시정 주체가 바뀌었다고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하면 연속성 부재에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고심했음에도 애초 예상과 같은 결론이 나온 건 결국 두 사업을 반대했던 논리에 더 힘이 실렸기 때문일 것이다. ‘퐁피두 센터’에는 건설비 1100억 원에 매년 운영비가 125억 원 이상 들어가고, ‘라 스칼라’는 단발성 초청에만 100억 원이 소요된다. 추진 주체의 강력한 의지와 설득이 없는 한 해외 콘텐츠 단순 이식 거부감, 재정 부담, 지역 문화계 박탈감 등은 넘기 힘든 벽이다.
‘퐁피두’와 ‘라 스칼라’를 멈추더라도 부산시가 두 사업을 추진하며 가졌던 문제의식은 그대로 남는다. ‘퐁피두’가 됐든 ‘라 스칼라’가 됐든 330만 도시에 어울리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2 도시 위상에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은 유효하다. 올 연말 준공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같은 자체 제작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라 스칼라’ 논란을 통해 역설적으로 노출됐다. 개관 일정마저 늦춰졌다. 많은 문제점을 알고도 시민 75%가 ‘라 스칼라’를 찬성했다는 건 지역 문화 생태계 강화 필요성과는 별개로 하이엔드 문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400만 명을 넘어 500만 명을 바라보고 향후 수년 내 1000만 명도 어렵지 않을 기세다. 외국인 유학생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등으로 ‘노인과 바다’라는 부정적 현실도 있지만 국제도시로서의 면모가 우리가 모르는 새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위상에 걸맞은 문화시설과 콘텐츠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산 시민의 세계적인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중요한 작업이다. 언제까지나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문화 수준까지 지역 수준에 머물 이유가 없다. 부산 문화에 주어진 숙제가 존재하는 한 두 사업의 백지화는 끝이 아니라 보다 나은 대안 마련을 위한 출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