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이라는 이름은 대표적인 한국 여성의 이름이다. 인파가 많은 해운대 해변에서 “은정아~”라고 부르면 많은 ‘은정이’들이 쳐다볼 것이다. 그만큼 익숙한 이름이다. 한자로는 ‘은혜로울 은(恩)’을 주로 쓰고 뒷 글자 ‘정’은 곧을 정(貞), 바를 정(正), 인정 정(情), 맑을 정(晶), 빼어날 정(挺)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이름 자체로만 보면 ‘은혜롭고 올바르다’ ‘은혜롭고 맑고 차분하다’는 뜻이다. ‘빼어날 정(挺)’을 쓴다면 ‘은혜롭고 빼어난 사람’이라는 의미다. 우리 시대의 은정이는 이런 의미다. ‘은혜로우면서도 맑고 바른 사람’. 이름에 담긴 뜻이 그 사람의 행동으로 드러난다면 말이다.
요즘 검찰 권력 재편을 놓고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광주수사청)을 향한 공격이 도를 넘는다. 임 청장은 검찰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온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2일 광주수사청장에 임명된 그는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당시 서울중앙지검 소속)에서 검찰 상부 지침과 달리 무죄 구형을 하면서 검찰 수뇌부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그동안 검찰은 100% 무죄가 나올 사건에 대해서도 무죄 대신 백지 구형을 했었다. 그러나 임 청장은 무죄가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는 무죄 구형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일로 그는 2013년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고, 2017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임 청장은 그 이후에도 줄곧 검찰 내부에 경종을 울린다.
최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 청장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지시해 논란이다. 임 청장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2018년 검사 성폭력 의혹 감찰 민원에 대한 부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게 불편한 모양이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에 취임하려는 이가 적격한지 아닌지 국회, 시민사회, 언론으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을 듣는 절차다.
윤 장관은 임 청장에 대해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수청은 수사와 기소라는 두 권한을 가졌던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과 분리해 신설한 기관이다. 그런 만큼 새 중수청장은 이 취지에 맞는 적절한 인사를 하는 게 핵심이다. 청문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입막음하려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권력행사일까. 문득 임 청장의 이름 ‘은정’이 어떤 한자를 썼는지 궁금해진다. 맑을 정(晶)일까 곧을 정(貞)일까.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