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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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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후평년값 (https://data.kma.go.kr/normals/index.do)
가을이 깊어 가는 10월, 풀벌레 소리만큼 자주 들리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이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아닌, 늦더위나 갑작스러운 집중호우, 거센 풍랑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올가을 날씨가 유난스러운 것도 기후변화 때문인가?”라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은 저서 <경이감의 발견>에서 “자연의 작은 변화를 깊이 바라보고 감각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날씨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태도다. 그러나 한 번의 이례적인 폭우나 며칠간의 이상 고온을 접했을 때 이를 곧바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 짓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날씨와 기후는 닮아있지만, 다루는 시간의 길이가 다르다. 날씨가 그날그날의 ‘기분’이라면, 기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한 지역의 ‘성격’과 같다. 오늘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해서 부산의 기후가 바뀌었다고 할 수 없으며, 비슷한 변화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 때 비로소 우리는 기후변화를 논하게 된다.

날씨의 변동과 기후의 추세를 객관적으로 분별하는 기준은 ‘평년값’이다. 현재 기상청이 사용하는 기후평년값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의 관측자료를 평균한 값이며, 세계기상기구(WMO)도 현재 날씨가 평소와 얼마나 다른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평년값을 활용한다.

평년값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날씨가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선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준선으로 우리나라의 10월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을의 성격이 비교적 잘 나타난다. 10월과 9월의 평년값을 비교해 보면, 전국 평균기온은 9월 20.5℃에서 10월 14.3℃로 낮아지고, 강수량은 155.1㎜에서 63.0㎜로 크게 줄어든다. 비가 내리는 날도 9.3일에서 5.9일로 감소한다. 반면, 맑은 날씨로 일조시간은 172.7시간에서 202.3시간으로 늘고 평균운량은 5.5에서 4.0으로 줄어든다. 선선해진 공기와 맑고 높은 하늘이 10월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떠오르는 데에는 이러한 기후적 배경이 있다. 부산의 10월은 여기에 해양도시의 특징이 더해진다. 부산의 10월 평년값을 보면 평균기온은 17.9℃로 전국평균보다 높고, 강수량도 79.6㎜로 전국평균보다 다소 많다. 따뜻한 바다와 맞닿아 있어 내륙보다 가을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게 유지되는 한편, 해상에서 유입되는 수증기와 바람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9월과 10월의 차이는 우리나라 주변의 공기 흐름과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9월에서 10월로 갈수록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의 영향은 줄고, 북쪽과 대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영향을 미치는 날이 늘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10월은 상대적으로 대기 중 수증기가 줄면서 비와 구름이 감소하고 맑은 날이 많아진다. 또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번갈아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기압배치가 빠르게 바뀌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기도 한다. 바다와 맞닿은 부산의 경우, 육상의 바람뿐 아니라 해상의 풍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매년 10월이 반드시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늦게까지 이어져 평년보다 덥고 비가 잦을 수 있고, 또 다른 해는 찬 공기가 일찍 내려와 쌀쌀함이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바로 날씨의 변동성이며 그해에 발생한 유난한 날씨 하나만으로 기후변화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다만, 기후변화가 고온, 집중호우 등과 같은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나 강도를 얼마나 높였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중요한 것은 긴 시간 축적된 관측자료와 그 변화의 방향성을 함께 살펴보는 일이다. 기상청은 국민 누구나 원하는 지역을 클릭해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변화 경향을 정확한 수치로 파악하고, 지도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상황지도’의 ‘우리동네 기후변화’에서 기온, 강수량, 계절길이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선 기상청장
올가을, 유난한 날씨를 만난다면 곧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오늘의 날씨를 살피고 평년값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 보면 어떨까. 날씨는 하루의 표정, 기후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한 지역의 얼굴임을 기억하고 그 둘을 함께 바라볼 때, 우리가 마주한 10월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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