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비 문제와 항만공사 통합 추진은 부산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가적 현안이다. 하나는 동남권의 국제관문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환적항만 부산항의 운영체계를 바꾸는 문제다. 그런데 두 현안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공항 건설에는 머뭇거리고,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항만공사 통합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다시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3월 기본설계에 착수해 9월 설계도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11월 우선시공분 착공, 내년 상반기 본공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가 진행되는 사이 중동전쟁 등 국제정세의 급변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운송비 부담이 커졌다. 입찰 당시 예상하기 어려웠던 비용 상승이라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부지조성공사는 약 10조700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해상 매립과 연약지반 처리 등 기술적 난도도 높다. 이런 공사에서 예측 불가능한 국제적 충격까지 시공사가 모두 떠안도록 한다면 공사 품질과 안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컨소시엄 참여사의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단순한 기업의 수익성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부산 경남지역 건설업체들의 참여는 지역경제와 직결된다. 지역업체는 공동도급과 하도급, 장비·자재 공급, 고용 등을 통해 사업 성과가 지역에 남도록 하는 연결고리다.
그런데 공사비 현실화의 제도적 해법을 두고 관계 부처의 대응은 지나치게 더뎠다.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정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개정이라는 두 경로를 놓고 소관과 책임을 서로 미루는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국토교통부가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면 이제는 속도가 관건이다. 불가항력적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객관적 비용 증가를 검증하고 합리적으로 반영할 근거를 법률에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는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국회는 발의부터 상임위 심의, 본회의 통과까지 심사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재정당국도 비용 검증과 총사업비 조정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실제 조달계약, 설계변경 여부 등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되 그 절차가 착공을 가로막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책임 있는 조정도 필요하다.
정부는 또한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의 네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구상을 공공기관 기능개편의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항만마다 산업구조와 배후경제권, 물류 기능이 다른데도 통합의 비용과 편익, 의사결정 지연 가능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공개적이고 종합적인 검증은 부족하다. 현장 노동자와 이용기업, 지방정부,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었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전형적인 중앙집권적 행태다.
해외 경쟁항만들은 지방정부 주도의 지방분권형 조직으로 각 항만 운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공사는 항만 개발·운영과 산업단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전담하는 전문 공기업으로서 항만의 특성에 맞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항만청(HPA)도 항만 인프라와 항만철도, 선박교통, 항만개발 등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함부르크항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항도 상해시 교통위원회가 행정 관리 기능을 가지면서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이 실무적인 집행을 하는 독립운영 구조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환적 거점이다. 선사 유치와 터미널 운영, 신항 개발, 배후단지 조성은 현장에 밀착된 빠른 판단을 요구한다. 전국 단일 조직으로 권한이 집중되면 부산항의 투자 우선순위와 의사 결정의 자율성이 약화될 소지가 매우 크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조직 통합이 아니라 4개 지역 항만공사별 경영책임 강화, 전문성 제고, 항만 간 실질적 협력과 지역 참여 확대다.
부산시도 두 현안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비 증액 반영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조속한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을, 항만공사 통합에는 부산항의 경쟁력과 지방분권 원칙을 토대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가덕신공항특별법 개정에는 결단과 속도가, 항만공사 통합에는 숙의와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