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안와르 샤이크(Anwar Shaikh)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본주의를 끊임없는 경쟁과 갈등, 위기가 반복되는 경제체제로 이해한 학자였다. 그의 대표작 ‘자본주의: 경쟁, 갈등, 위기’에서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며 기술을 혁신하고, 경쟁자를 밀어내며,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 위기로 몰아넣는 역동적인 과정을 분석했다. AI 혁명이 인류에게 전례 없는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넘치는 지금, 그의 경제학을 다시 생각해 볼 이유가 있다.
AI 혁명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어떤 이들은 AI가 지적 노동을 자동화하면서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대런 아제모글루와 로버트 고든 등은 그 거시경제적 효과가 생각보다 제한적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더라도, 그것이 경제 전체의 지속적인 생산성 증가와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가?
개별 기업에는 AI 도입이 합리적이다. 노동비용을 줄이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경쟁기업의 시장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같은 기술을 도입한다. AI는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쟁자의 기술 모방과 추격 능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더욱 치열한 투자와 가격경쟁에 뛰어든다. 개별 기업의 성공을 위한 선택이 집합적으로는 생산능력의 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증가한 생산능력을 흡수할 수요다. 세계화와 자본이동의 자유화, 노동의 분절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왔다. AI가 고숙련 노동까지 대체하게 되면 GDP에서 노동의 몫 비율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 기업에는 임금이 비용이지만, 경제 전체에는 상품을 구매하는 수요의 원천이다. 노동소득의 증가가 둔화된다면 AI가 생산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누가 구매할 것인가?
오늘날의 막대한 AI 투자 자체는 경제성장을 이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유효수요의 구성요소이자 GDP 증가의 동력이다. 그러나 AI를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가 증가한다는 사실과 그 투자로 만들어진 AI가 미래에 충분한 부가가치와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무료 또는 저가 AI 서비스가 확산되고 경쟁이 가격을 낮춘다면, 이용자의 편익이 커지더라도 투자기업의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가격 하락과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은 실질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AI의 생산성 향상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생산능력의 확대가 충분한 유효수요와 투자수익으로 실현되지 못하면 설비가동률과 자본생산성이 하락한다. 노동을 대체하는 투자로 자본소득분배율(이윤 몫)이 증가하더라도 자본 한 단위가 벌어들이는 이윤율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이윤율 하락과 과잉투자는 경기침체를 부르고, 이 과정에서 시장은 기업 퇴출과 자본가치 파괴라는 조정을 겪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은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는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독점은 경쟁의 종말이 아니다. 전후 자본주의의 역사는 선도기업과 선도 국가의 우위에 새로운 지역과 국가의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AI 시대에도 집중과 경쟁, 혁신과 위기는 반복된다. AI의 거시적 생산성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아제모글루의 말처럼 기술의 한계나 제도적 도입 장벽에서만 찾을 일은 아니다.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자본 간 경쟁 자체가 과잉투자와 경기불안정을 낳고, 반복되는 침체가 투자와 숙련 형성, 생산조직의 발전을 제약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성공한 혁신이 경제성장을 반드시 이끈다는 보장은 없다.
샤이크가 강조한 것은 경쟁이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불안정을 만들어 내며, 경제는 이러한 격동 속에서 성장하고 위기를 맞는다는 점이다. AI는 자본주의의 생산기술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자본주의의 경쟁과 경기순환, 축적의 불안정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혁명의 미래를 평가할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작동하는 경제체제의 현실이다. 안와르 샤이크가 남긴 질문은 바로 이 점에서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