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디아스포라 역사를 소설로 널리 알린 ‘파친코’ 이민진 작가의 신작 ‘아메리칸 학원’은 교육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호주 시드니, 미국 캘리포니아 등을 배경으로 교육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는, 그래서 자녀 교육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삼는 한국인의 고군분투를 담아낸다.
작가는 서문에서 ‘한국인은 왜 교육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길까’라는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압축적 성장’ 성공 동력이 교육임은 부인할 수 없고, 끊임없는 성장을 강요받는 현재도 이 전통이 이어지다 못해 더 뜨거워지면서 우리 교육이 기형적으로 바뀌지 않는지, 이런 변화가 옳은지 되묻는 것이다. 주인공 보의 좌절이 주제를 함축한다. 고교 때 서울 학교로 전학 온 그는 성적 우수 모범생이 틀림없지만 1995학년도부터 1997학년도까지 3수를 하고도 명문대 진학에 실패한다. 4수를 고집하는 보에게 그의 이모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대입 전형이 얼마나 자주 바뀌었니? 본고사가 생겼다가 그다음엔 다시 없앴다가, 이번 시험에선 문항 수를 늘려버렸잖아. 학생 잘못이 아니야. 이 예측 불가능한 시험 시스템이 부당한 거야’.
소설에서 지적된 시시때때로 변하던 30년 전의 대입 시스템, 그래서 지금은 나아졌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절망적이게도 현재의 공교육은 ‘변함없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교육통계 기준 2025학년도 전국 고교의 학업중단자는 2만6841명이며, 이 중 학교 부적응·질병이 아닌 기타 사유 자퇴생은 1만9070명으로 전체 71%나 됐다. 부산의 해당 비율도 69.8%로 비슷했다. 교육계는 고교 초반 내신 유불리 판단 뒤 이를 초기화하거나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으로 직행하기 위한 전략적 이탈이라고 풀이한다. 작년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로 인해 내신 불안이 커지자 대입을 위해 자퇴라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공교육 이탈 학생이 많아지는 요즘, 위태로운 학교 현장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오래된 희망이 여전히 유효할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소설에서는 서울의 이글아카데미나 캘리포니아의 엑소더스 등 ‘학원’이 공교육의 불안한 틈새를 메우며, 학교에서 묵살당한 학생의 잠재력이 발굴되고 보완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런 사교육이라면 환영하고 싶다가도, 공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빨리 회복해 모든 아이를 교육이라는 희망의 길로 이끌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