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불타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를 통해 접하는 파리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불에 탄 건물과 상점 약탈 등 무정부 상태를 보는 듯하다.
프랑스 시위는 열악한 교육 재정 투입에서 비롯됐다. 쥐가 들끓고 물이 새는 교실, 교사 부족 등의 불만에 나선 학생들의 시위에 생활고에 반발하는 국민이 가세했다. 여기에 시위 현장마다 방화와 폭력을 일삼는 ‘블랙 블록’이라는 무정부주의자들의 파괴 뒤에 이민자 집단으로 추정되는 폭도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등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된다.
시작은 교육 현장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시위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문제는 결국 국가 재정이다. 넘치는 복지와 후한 연금, 과도한 공무원 수, 이민자 지원 등 포퓰리즘 정치가 빚어낸 늪이다. 이 가운데 재정 위기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핵심은 연금이다.
프랑스 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72%에 달한다. 연봉 1억 원인 사람이 퇴직하면 연간 720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연금 재정 확보를 위해 많은 세금을 걷지만 태부족이다.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43%로 우리나라 32%에 비하면 크게 높다. 우리나라와 달리 기금 적립없이 매월 걷는 세금과 재원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안 국채 발행으로 연금을 지탱하면서 재정 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프랑스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19%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의 권고 기준인 60%의 배에 달한다. 국가 부채는 3조6000억 유로(한화 약 5400조 원)이다.
소득 대체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연금 수령 연령도 낮다. 애초 수령 시기는 65세였다. 그러나 1981년 프랑스 첫 좌파 대통령인 미테랑은 청년실업 해소 목적으로 연금 수령시기를 65세에서 60세로 5년 앞당겼다. ‘복지 표(標)풀리즘’이다. 그 선택이 지금 재정 위기의 원인이자 프랑스를 망친 결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혁은 쉽지 않다. 평생 연금수령만 바라본 기성 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도 반대한다. ‘우리가 미래에 누릴 권리’라는 연대 의식의 발로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할 당시에도 반발 시위로 국가적 혼란이 일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행 62세인 연금 수령 시기를 64세로 연장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섰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던 우리 국민과 프랑스 국민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지금 발 밑이 무너지는데 무지갯빛 미래가 있을까.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