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늘 비슷한 시간에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대체로 비슷하다. 가방을 메고 서로 장난치며 학교에 가는 초등학생부터, 등교 시간이 임박해 어딘가 조급해 보이는 중학생, 단정한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까지. 우리는 그렇게 일정한 아침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
반복되는 일은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해낼 수 있다. 뇌가 습관의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매번 집중하지 않아도 되니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정한 루틴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야구 선수가 공을 던지기 전 특정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테니스 선수가 서브를 넣기 전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행동이 그 예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리듬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변화무쌍한 하루를 버텨낼 힘이 되어 준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매 순간 효율을 따지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계획을 세우고 동선까지 꼼꼼하게 따지다 보면 지나친 긴장과 불안에 사로잡히기 쉽다. 평소의 루틴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위한 여유 시간까지 더해 두면 어떨까. 버스가 늦게 오거나 도로 공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한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일정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면 작은 변수에도 불안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기 쉽다. 결국 문제는 계획 자체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 데 있다.
이러한 태도는 배움에서도 적용된다. 이미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다시 설명하는 이유를 의아하게 여기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이나 교수님의 강의를 녹음해 AI에게 정리를 부탁하면 금세 그럴듯한 요약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약본을 손에 넣는 것과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 반복해서 익히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 자기 언어로 정리하는 시간이 없다면 지식은 금세 휘발되기 쉽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에 익혀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 사이에는 반복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루틴을 반복하는 일과 삶을 유연하게 대하는 태도는 얼핏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며 해야 할 일이 몸에 익숙해지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게 되고 그만큼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매일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매 순간 선택을 고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할까, 말까. 그만둘까, 계속할까를 고민할 수도 있다. 선택지를 하나씩 따져 보기 시작하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은 더 커진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시작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계속 멈춰 서게 된다.
뇌과학자 대니얼 에이멘이 소개하는 방법 중에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위한 규칙을 미리 정해 두는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몇 번까지는 화를 내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해 볼 수 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거나 모든 상황을 인내하라는 뜻은 아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곧바로 화를 내기보다 잠시 멈추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감정에 휩쓸리는 일을 줄이고 긴장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내뱉은 말이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매일의 일상을 부지런히 반복하되, 그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지는 말자. 익숙한 일은 자연스럽게 해내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는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대처하는 것. 반복을 통해 삶의 기본기를 다지고 유연함으로 마음의 여백을 지키는 것.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반복해내며 스스로나 타인에게 유연해지자. 그러면 평소보다 화가 덜 나고, 쓸데없는 긴장을 늦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