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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왜 도시의 비전은 늘 건설인가

우동준 ㈜일종의격려 대표

  • 우동준 ㈜일종의격려 대표
  •  |   입력 : 2026-11-01 19:23:4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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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정이 북항 돔구장으로 뜨겁다. 전재수 시장의 대표 공약이었던 북항 개폐식 돔구장은 취임 전부터 사업비가 1조3000억 원에서 3조 원까지 불어났고, 예산이 확보된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구도 부산답게 시의회와 시민사회 구분 없이 입지가 맞느냐,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 현실성이 있느냐고 저마다 한마디씩 보탠다. 그런데 이 논쟁에서 빠져 있는 질문 하나가 있다. 왜 부산의 다음 비전이 또 ‘건설’이냐는 물음이다.

북항은 2006년 부산신항이 열리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었고, 이에 북항 부두를 시민에게 돌려주자고 2008년 재개발이 시작됐다. 개항 이래 146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바다였다. 축구장 17개 크기 친수공원이 2023년 완전히 문을 열었고, 시민은 부산역과 이어지는 경관 수로를 따라 걷고, 잔디밭을 즐긴다. ‘친수(親水)’라는 말은 물과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시민이 보안 구역으로 철조망 뒤에 가려져 있던 바다에 가닿도록 하는 것, 그것이 북항 재개발의 첫 약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개발, 더 큰 건축물뿐이다.

북항 개발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전임 박형준 시정은 랜드마크 타워와 엑스포를 말했고, 지금 전재수 시정은 K-팝과 돔구장을 말한다. 비전의 타당성과 혁신성은 차치하더라도 오직 건설로 도시의 비전을 말하는 형식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연면적, 사업비, 유치 효과, 랜드마크까지 개발 효과라는 찬란한 숫자가 도시를 압도한다.

건설이 아쉬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건물은 공간의 쓰임을 특정한 사람에게 귀속시킨다. 아무리 돔구장의 쓰임을 확장한다 해도 이는 야구를 보러 오는 사람과 공연을 소비하는 사람의 것이다. 모든 경영학 교과서가 가르치듯 사업에는 목표 고객이 있고, 대상이 설정되는 순간 대중은 고객과 비 고객으로 양분된다. 즉 돔구장의 고객은 티켓을 구매하는 시민이고, 티켓을 구매하지 않는 시민은 셈해지지 않는다. 도시가 건설로 수익을 말할 때, 의도하지 않더라도 시민의 범위는 이용자와 관객, 입장객으로 좁아진다.

그래서 도시의 희망을 개발업자가 아니라 정치인에게 건다. 개발업자에게 유휴 공간은 건물이 올라가지 않은 부지일 뿐이지만, 정치인은 비어 있는 땅을 시민이 스스로 채워가도록 기다릴 수 있고, 왜 기다려야 하는지 다른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 조감도 없이도 도시의 다음을 말할 수 있는 직업은 정치인이다. 시민이 서로 만나는 방식을 바꾸고, 표를 사지 않는 사람도 밀려나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은 건물이 아니라 정치가 한다.

나는 정치인이 제시하는 북항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이를테면 북항의 저 땅을 부산 시민 모두의 공유 자산으로 남기는 것이다. 아침에는 어르신들의 사교 모임이 열리고, 낮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저녁에는 청년들이 장을 열고, 주말에는 누군가 집회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그래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 도시의 시민으로 계속해서 마주치는 땅. 그런 땅을 우리는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지난 9월 북항 경관 수로를 따라 들어온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아이와 노인, 외지 사람이 같은 난간에 기대어 같은 물을 들여다보았다. 누구는 상어를 지키고자 했고, 누구는 상어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의견을 나눴다. 행정이 기획하지 않았는데도 작은 공론장이 열린 것이다. 그 자리에 아쿠아리움이 있었다면 상어는 더 크고 많았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시민이 함께 기뻐하고 아쉬워할 수 있었을까.

비워진 부두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던 2008년의 약속은 공원 한 뙈기로 다 지켜진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활용할 빈 땅을 단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기에 공유지를 인식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수익 모델이 아니라 도시의 다음 모델을 말하는 정치, 누구의 것이 아니기에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치를 기다린다. 우리는 북항의 땅을 두고 ‘무엇이 지어지는지’보다 시민으로서 ‘그것이 정말 우리의 땅이 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래도 누군가 도시의 비전은 정말 건설뿐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다음 시장 선거에 건설업자가 나왔으면 한다. 어차피 짓는 것이 전부라면 조감도 솜씨는 전문가가 나을 것이고, 적어도 공사비는 정확히 산출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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