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항 친수공원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어렵사리 떠나보낸 상어 ‘부캉이’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었다. 무대도, 줄지어 선 몽골 텐트도 없었다.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 한 마리가 전부였다. 시민은 상어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공원을 거닐었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데 반드시 새로운 시설과 행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당연히 사람이 있었다. 부캉이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고, 어린이들에게 양보하며,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다정한 부산 사람들. 이런 모습은 한국전쟁 당시 1023일간 피란수도였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낯선 이들이 좁은 공간을 나누며 함께 사는 법을 익혀 온 도시. 이 역사가 현재 시민의 기질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멋들어진 관광시설이나 대형 행사를 뛰어넘는 환대의 역량이 부산에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여행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유명 관광지뿐만 아니라 낯선 이에게 받은 작은 친절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도움과 우연한 대화, 안전하다는 감각이 쌓여 다시 찾을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 비해 낮은 인구밀도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도시의 리듬. 나는 부산에 남아 있는 이 여백이 꼭 지켜야 할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여백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늘수록 혼잡과 소음, 쓰레기가 일상을 침범하고 시민의 친절이 당연한 서비스로 여겨질 위험도 있다. 부산이 지켜야 할 것은 방문객 수만이 아니라 시민이 기꺼이 타인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이다. 환대받는 사람에게도 도시의 질서를 존중할 책임이 있다. 자연과 일상을 지키면서 사계절 내내 도시를 찾을 이유를 만드는 관광 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는 일자리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된 부산 경제지만, 산업의 성장이 곧 고용의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관광과 축제, 국제회의 등 프로젝트 단위의 산업에서는 행사가 끝나면 계약도 끝난다. 매년 같은 행사가 반복되어도 숙련된 인력의 경력은 쉽게 끊긴다. 핵심은 계약 기간보다 경력의 지속성에 있지 않을까. 사계절 관광·문화 수요를 고르게 만들고, 흩어진 일자리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영화제 의전 경험이 국제회의로, 축제 운영 경험이 다른 문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경력 인증과 적정 보수, 프로젝트 사이의 교육과 연계 일자리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흩어진 일자리를 하나의 경력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의 가능성도 커질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본다. 일자리 창출이라 하면 기업 유치와 시설 조성부터 떠올리지만,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전하는 일에서도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음식과 골목, 자연과 문화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그 일이 일회성 기획이 아닌, 건강한 경쟁 속에서 생계를 이어갈 사업이 되었으면 한다. 공공도 직접 행사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작은 사업자에게 공정한 기회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경험들이 쌓여 다음 사업과 경력으로 이어지는 도시라면 새로운 가능성의 기대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방문객 수와 소비액 못지않게 그들이 다녀간 뒤 무엇이 남았는지 살펴야 한다. 지역 상권의 수익과 새로운 일자리, 시민의 삶과 자연이 지켜졌는지를 말이다. 좋은 환대는 친절한 개인의 희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대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자신의 일을 오래 이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미 가진 가치를 새롭게 전하는 일이 사업과 경력, 평생의 직업으로 이어지는 도시. 방문객이 찾아와도 소진되지 않고, 환대받는 사람만큼 환대하는 사람도 존중받는 도시. 나는 우리 부산이 그런 환대의 도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무척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