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이 겨울철 교복 위에 자주 입는 패딩 점퍼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싸다고 해서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다. 등골을 빼먹고 부술(Break) 정도로 부모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긴 패딩 점퍼가 2010년대 초반 교복 수준으로 널리 유행하면서 나온 합성어다. 아이가 입고 가지 않으면 소외될까 두려워, 학부모로서는 사주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대표적인 상품 브랜드가 노스페이스다. 제품 안에서도 가격에 따라 20만~30만 원대는 기본형, 60만~70만 원대는 고가형 등 ‘계급’이 나뉘었다. 이후 캐나다구스나 몽클레르 등 수백만 원대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가 ‘2세대 등골 브레이커’로 가세하면서 이런 소비 트렌드는 점차 심화했다. 해외명품 소비 연령이 낮아지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이는 ‘나는 너랑 달라’를 뽐내려는 심리로 풀이됐다. ‘과시적 소비’(소스타인 베블런)를 넘어, 가격대에 따라 소득 격차를 드러내며 계급을 나누고 상대를 배제하면서 자기를 차별화하는 ‘구별짓기’(피에르 부르디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별 시도에 모방·동조 심리도 얽히면서 등골 브레이커 같은 사회 현상이 확대 재생산됐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공고했던 등골 브레이커가 이제는 옛말이 되게 생겼다. 요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파오 유니클로 탑텐 등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의 5만 원대 전후 패딩이 대유행이다. 특히 스파오 경량패딩 중 페일블루나 라이트그레이 같은 인기 색상은 사이즈별로 품절대란이다. 업체들은 매출이 전년 대비 폭등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재주문에 들어갔다. 학부모는 제품에 세로줄이 있으면 여학생, 없으면 남학생용이라는 정보를 공유하고, SNS에는 ‘아이들이 노스(노스페이스)를 버리고 스파오로 갈아타줘 감사하다’, ‘엄마들 사이에서 스파오 대표님 방향으로 매일 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올 겨울 등골 지켰다’ 등 관련 글이 쏟아진다. ‘등골 프로텍터(보호대)’나 ‘등골 안 브레이커’ 등 신조어도 유쾌하게 퍼진다.
유통업계는 요즘 같은 간절기에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입기 좋고, 한겨울에는 다른 아우터와 겹쳐 착용할 수 있는 데다 가격은 저렴한 반면 디자인은 예뻐서 학생들이 SPA 패딩을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과시적 겉모습보다 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 소비 흐름이 온전히 귀환한 것인지, 일시적 ‘반동’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자녀의 고가품 소비에 짓눌리던 학부모들이 시름을 덜게 된 날도 오다니 격세지감임은 틀림없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