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관광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바다부터 떠올린다. 해운대와 광안리 태종대 송도는 부산의 가장 강력한 관광자산이다. 최근 글로벌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가 발표한 ‘2027 올해의 여행지’에서 부산이 관심도 증가율 세계 5위에 오른 것도 바다 영향이 크다. 그러나 세계 관광도시의 경쟁은 이미 자연경관을 넘어섰다. 여행자들은 그 도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건축과 공간을 경험하려고 비행기표에 투자한다. 부산이 ‘건축관광’을 본격적인 관광 전략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건축관광은 유명한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는 관광이 아니다. 도시 역사와 자연, 문화를 건축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경험하는 것이다. 스페인 빌바오는 1997년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계기로 쇠락한 산업도시에서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고 ‘빌바오 효과’를 낳았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건축경관, 안도 다다오 건축으로 예술의 섬이 된 일본 나오시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건축이 도시 얼굴이 된 사례다.
필자는 부산이 건축관광에 오히려 더 유리한 도시라고 본다. 산과 바다, 강과 항만, 해안절벽과 고층도시가 한 도시 안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부산 건축에는 피란과 산업화, 해양도시의 성장 과정도 켜켜이 쌓여 있다. 이미 갖춘 자산도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 건축그룹 쿱 힘멜블라우가 설계한 영화의전당은 거대한 캔틸레버 지붕과 야간경관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현대건축이 됐다. 고려제강의 옛 와이어 공장을 건축가 조병수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린 F1963은 산업유산 재생의 대표 사례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인 유엔기념공원, 산복도로와 감천문화마을,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까지 부산만의 건축 풍경이 곳곳에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건축의 역할은 더 크다. 지난 9월 북항 친수공원에 상어 ‘부캉이’가 나타난 이후 누적 방문객이 170만 명을 넘어섰다. 평범했던 수변공간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나 전국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그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험과 이야기다. 노르웨이 건축사무소 스노헤타가 설계에 참여한 부산오페라하우스도 부산항의 역사와 해양도시의 이야기가 더해질 때 더욱 큰 문화적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이제 부산 관광은 개별 건축물을 넘어 기존 자산과 새로운 공간을 하나의 콘텐츠로 엮어야 한다. 영화의전당과 마린시티, F1963, 북항과 원도심 근대건축, 산복도로를 잇는 ‘건축관광 루트’를 구상해볼 수 있다. 건축가 해설 투어와 야간 건축투어, 사진·영상 콘텐츠를 결합하고 부산국제건축제를 관광과 연계된 국제 콘텐츠로 키워야 한다. 지역 건축가들이 재생한 작은 공간까지 관광 동선에 포함한다면 골목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무엇보다 건축관광은 자연과 경쟁하는 전략이 아니라 자연의 가치를 더 드러내는 전략이어야 한다. 바다를 가리지 않고, 산을 압도하지 않으며, 장소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건축이 쌓일 때 부산의 풍경은 더 빛난다. 부산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축으로 풀어낸다면 글로벌 건축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