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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부산 남구 문화회관에서 열린 국제신문 살리기 부산시민 서명운동. 김성효 선임기자 |
능인선원이 대여금으로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해결하겠다는 의견서를 지난 4일 부산회생법원에 제출했다. 계열 법인 능인정법원이 관리인과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고 102억 원 전액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갚기 위해 회사에 또 빚을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부채 부담이 큰 국제신문에 추가 채무를 지우는 방식이 과연 정상화를 위한 해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형식이다. 회사가 대주주 측에서 102억 원을 빌려 체불임금을 지급하면 노동자들의 밀린 임금은 해결될지 몰라도 국제신문에는 그만큼 새로운 빚이 남게 된다. 이미 법원에서 인정된 능인선원 측 채권만 170억 원이 넘는다. 추가 대여가 이뤄지면 채권 규모는 270억 원대로 불어난다. 반면 인수예정자인 에코프라임마린컨소시엄은 인수대금 전액을 납입했다. 이 돈은 회사가 갚아야 할 대여금이 아니라 회생계획에 따라 체불임금과 퇴직금,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쓰일 자금이다. 3년간 고용 보장도 약속했다. 회사에 빚을 더하는 대여와 새로운 자본을 투입하는 투자는 명백하게 다르다. 지속 가능한 회생을 위해 어느 쪽이 필요한지는 자명하다.
능인선원은 한 일간지 광고와 의견서에서 20년간 2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구체적인 내역과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그 상당 부분을 법원에는 돌려받아야 할 대여금으로 신고해 170억 원이 넘는 채권을 인정받았다. 회사를 위한 헌신이었다면서 그 돈을 받아야 할 빚으로 남겨놓은 것은 지원이라는 주장과 배치된다. 막판에 내놓은 대여금 제안은 법원이 허가한 회생절차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국제신문의 회생은 ‘인가 전 인수합병(M&A)’ 방식이다. 새로운 자본과 경영 주체를 통해 부실을 정리하고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대주주가 추가 대여로 자신의 채권을 늘리겠다는 것은 회생의 방향과 배치된다. 능인선원 측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오는 20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110억 원이 넘는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지광 원장이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 거부로 고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부산고용노동청의 소환 조사에도 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국회 고발과 노동청 조사 등 을 피하기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회생은 대주주의 경영권이나 채권 회수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채를 정리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국제신문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빚더미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할 실질적인 투자다. 법원의 회생 판단 기준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와 회사의 미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