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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난장]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아기 생명 위급한 순간 경찰 응급실 압수수색

견제 없는 공권력 집행, 과연 올바른 방식인가

신승건 부산 연제구보건소장

  • 신승건 부산 연제구보건소장
  •  |   입력 : 2026-11-05 19:26:5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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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경찰이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 이곳에서 치료받던 생후 몇 달 되지 않은 아기가 숨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지난달 28일 경찰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이틀 뒤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재발을 막을 수사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사이 이 센터 소아응급 전문의 9명 가운데 7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고, 센터장은 병원장에게 사표를 냈다. 경찰은 뒤늦게 병원을 찾아 사과했다.

논란은 수사의 방식에서 불거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영장이 집행되던 시각, 중증구역에서는 생후 6개월 아기가 한 시간 넘게 경련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고 의료진은 항경련제를 투여하며 기관 삽관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수사관이 진료용 컴퓨터로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의료진은 자리를 옮겨 일해야 했다. 생명이 오가는 처치 한가운데서 의료진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경찰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해 최소 인력으로 집행했다고 설명했지만, 의료계는 작성과 수정 이력이 초 단위로 남아 고칠 수 없는 전자의무기록(EMR)을 두고, 굳이 응급실까지 들어와야 했느냐고 되묻는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Who watches the Watchmen?).”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에서 거리의 벽에 낙서로 등장하는 문장이다. 그 뿌리는 2000년 전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의 풍자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왓치맨’은 1988년 휴고상을 받았고, 타임지가 꼽은 ‘1923년 이후 최고의 영어 소설 100편’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만화이기도 하다. 작품은 스스로 세상의 수호자를 자처한 이들이 선의를 내세워 선을 넘을 때, 그들을 멈춰 세울 이가 아무도 없다는 불안을 그린다.

만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람들을 지키라고 맡긴 권한도 언제든 선을 넘을 수 있다. 악의가 없어도 그렇고, 사명감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한 권력을 다른 권력이 견제하도록 제도를 다듬어 왔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려면 먼저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법원이라는 사법 권력이 수사기관의 공권력을 들여다보는 셈이다. 권력이 스스로를 감시하기 어렵다는 오래된 깨달음에서 나온 장치다.

그러나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번 압수수색 역시 법원이 발부한 영장으로 이루어졌다. 절차를 밟았다는 것과 그 방식이 적절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원은 서류를 심사할 뿐, 집행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까지 지켜보지는 못한다. 그 자리에서 멈출지 말지는 결국 집행하는 사람의 판단에 맡겨진다. 제도의 관문을 모두 거친 권한이라도 생명이 오가는 현장 앞에서는 멈출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판단마저 어긋날 때, 무엇이 권한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파놉티콘’의 고안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운데 감시탑의 간수 한 사람이 모든 죄수를 지켜보는, 소수가 다수를 감시하는 원형 감옥이다. 그러나 이 물음에 그가 내놓은 답은 거꾸로, 대중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재판이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며, 공개성이야말로 정의의 영혼이라고 했다. 사람들로 방청석을 채운 법정에서는 재판하는 판사도 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벤담은 권력을 지켜보고 심판하는 이 시선을 ‘여론 법정’이라 불렀다.

이번 응급실 압수수색도 그 법정 앞에 세워 볼 만하다. 의사를 감싸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은 헤아릴 길이 없고, 그 죽음의 경위를 밝히는 일도 마땅히 필요하다. 의료 현장도 수사의 성역일 수는 없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응급실 의사는 매 순간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최선을 다해도 모든 생명을 구할 수는 없다. 아이의 생사가 걸린 응급실에, 그것도 진료가 한창일 때 강제수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균형을 잃은 일이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 의료진 일부가 구속되었다가 5년 만에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사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경찰이 지나쳤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의사 편을 드는 목소리라기보다, 응급실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언젠가 자신이나 가족이 아파서 찾게 될지도 모를 응급실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응급실 의사를 범죄자처럼 몰아세우면 결국 그 자리를 지킬 이가 사라진다는 것을. 견제받지 못한 권력을 멈춰 세우는 마지막 힘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2000년 전 로마 시인의 질문에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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