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40, 50대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다닐 때 한 번쯤 경험했을 풍경이 있다. 바로 오전반과 오후반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오전반은 아침 일찍, 오후반은 점심 무렵 등교했다. 한 교실을 두 학급이 번갈아 사용했던 것이다. 학생은 많았지만 교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학령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교실과 학교 시설이 학생 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학교 운영 방식이다. 2부제 수업을 하고도 당시 교실은 콩나물시루 같았다. 책상마다 학생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고, 쉬는 시간이면 복도와 운동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교실은 남아도는데 학생이 없다.
저출생 여파로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40만 명 선이 무너진 지 불과 3년 만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내년 초등학교 입학 연령대인 2020년 출생아가 27만2337명으로, 1년 전 30만2676명보다 10.0% 감소했다. 그만큼 출생아 수 감소세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학생 수 감소는 단순히 학교 교실이 비어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과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는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폐교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부양해야 할 노인은 늘어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노인부양비는 올해 31.3명에서 2070년에는 103.3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배경에는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불안정한 일자리, 경력 단절,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는 구호만으로는 저출생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이제는 보다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저출생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근로 환경을 마련해 생산성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 이와 함께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할 사회적 역량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