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남 창원에서는 제12회 UCLG-ASPAC(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시아·태평양지부) 집행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창원시는 '녹색성장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환경수도 프로젝트'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창원시는 환경수도 선포 3년 업적의 대표적인 사례로 시민공영자전거인 '누비자'에 대해 소개했다.
주제발표 후 아·태지역 지자체 관계자들은 누비자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자동차 운전자의 반발 등 자국의 실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창원이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했느냐는 것이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자전거는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지구촌의 공동화두로 떠올랐다.
자기 자전거가 없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편리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창원시가 도입한 누비자가 22일로 개통 1년을 맞았다. 430대로 출발한 누비자 자전거는 1년 새 1230대로 늘어 창원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무인대여소인 터미널도 20곳에서 101곳으로 늘었다.
누비자는 이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5월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승을 했고 국내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창원시를 찾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누비자를 2010년 주요 정책·홍보 사업으로 채택했고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언론이 취재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곳곳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누비자의 성공은 단순히 외형적인 성장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1년 만에 자전거 수와 이용시민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국내외에서 이처럼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비자의 성과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데 있다. 그깟 자전거를 조금 더 탄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는 종전의 생각이 확 바뀐 것이다. 이는 교통수단의 중심축에 대한 인식 변화다. 도로는 당연히 자동차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탈피다. 자동차에 치이던 자전거도 도로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간단한 듯 하지만 어려운 깨우침이다.
요즘 창원 시내에서는 어디든지 누비자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순히 개인 취미에 따른 운동이나 여가수단을 넘어 자전거가 생활 속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창원시의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지난해 12월 7.3%에서 지난달 8.5%로 높아졌다. 창원시는 오는 2020년께 분담률을 2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이 늘어난다면 시민 하나하나가 밟는 페달이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누비자에서 볼 수 있듯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함께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창원시는 다양한 정책과 자전거도로 등 인프라로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누비자의 성공은 창원의 지리적 특성에도 힘입었다. 시내 도로의 경사도가 완만하고 기존 도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창원시는 기존 여건을 활용해 누비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지난 1년간 국내에서 156개 기관과 지자체가 누비자 벤치마킹을 위해 창원을 찾았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모든 지자체의 여건이 창원시와 같을 수는 없다. 지리적인 조건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도로는 자동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환경오염에 찌든 지구촌은 뒤늦었지만 이제 녹색성장이라는 화두에 골몰하고 있다.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상징이다. 그래서 창원시의 누비자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창원발 자전거 혁명은 일단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국내에서도 창원시를 뒤따르는 지자체가 잇따를 것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만 빌려가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도로 등 도시 인프라와 정책의 초점을 사람에게 맞추도록 커다란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누비자가 전국을 누비기 위해 다른 지자체가 배워야 할 것은 결국 차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놓는 인식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