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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권력의 미학/강재호

권력은 항상 공평하게 행사돼야…생각 다르다고 뒤를 캐면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31 20:15:5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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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 자유기고가,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전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대표 강기갑 국회의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요 간부들, 그리고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 등을 기소한 것이 현재로서는 줄줄이 법원에 의해 대체로 이유 없는 것으로 기각되었다.

이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 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검찰은 법원이 그들에게 들이댄 법률의 적용이 왜, 어떻게 잘못되거나 지나쳤다는 것인지 판결문을 찬찬히 되새겨 읽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재빨리 먼저 언론에 대고 법원의 판결을 잘못이라고 비판하면서 상급 법원에 항소·상고하겠다고 서두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이 내놓은 정치적 코멘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이렇게 검찰은 이들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하면서 각종 사회단체들의 성명전과 동원집회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많은 국민들이 특히 이들 사건의 행방에 귀와 눈을 갖다 대는 것은 한편으로는 검찰권의 행사가 지난 정부와 가까운 인사나 지금 정부의 정책 등에 비판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비정하고 무도한 사냥처럼 비치는 일면이 있었기 때문이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쫓기는 모습을 너무나 애틋해하고, 그들이 내몰리고 있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들 다툼을 심리한 법원의 판결도 그랬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들 판결에 대해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의 일부 관계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더 가관이었다. 담당 판사들의 이름과 주소를 적시하며 이들 중의 일부가 속해 있다는 '우리법 연구회'라는 단체를 왼쪽 성향이라며 해체할 것을 주장하고 이용훈 대법원장에게도 거세게 대들었다. '좌익판사 척결' 등 섬뜩한 글귀의 현수막을 대낮의 서울 한복판에 버젓이 내걸고는 글로 전하기 상스러운 말을 거침없이 입에 담았다. 이는 정치와 아집에 찌든 육신과 영혼을 자위하는 방법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원의 재판도 '우리네' 수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은연 중에 드러난 언동이라면 더욱 용납할 수 없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래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구성되었다. 이어 2008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과반의 의석을 안겨 국회를 이끌도록 했다. 이로써 국민은 한나라당이 추천한 후보들에게 당분간 헌법에서 정한 정부와 국회를 맡긴 셈이다. 이를 달리 이야기하면 우리는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그 밖의 권력은 이들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율과 창의가 넘실거려야 하는 기업 등의 민간부문은 이들에게 맡기지도 않았으며 맡길 수도 없는 것이다.

국민이 신탁한 권력은 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그 행사가 신체를 구금하여 법정에 세우는 등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하는 것이라면 이는 마치 스스로에게 가하듯 매우 절제되어야 마땅하다. 검찰권은 이럴 때 정말 보기 아름답다. 또한 정부가 세계 각지를 밤낮으로 드나드는 대표적인 CEO들을 불시에 점호하듯 부르는 데도 거의 빠짐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모이는 것은 따르지 않았다가는 언제 어디선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이른바 별건체포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해서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권력의 오용과 남용도 정부나 국회에 맡긴 적이 없다.

권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행사돼야 한다. 현재 일본의 정부·여당에서 누구나 최고실력자로 인정하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연히 수사하고 있는 동경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검찰을 포함하여 정부가 특히 현정부의 방침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의 뒤를 권력의 온갖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살피고 캐는 모습을 드러내면 이는 정말 보기 추할 것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을 실컷 듣고 봐 왔는데도 혹시 너나 내가 '우리네' 꽃과 힘은 한참 이어질 것이라는 미망에 젖어 있다면 어서 깨워주자.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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